늙은 호랑이, 다시 산으로 돌아오다

by Pelex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묘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일자리를 겨우 얻고 나서야, 불편함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새벽 6시. 아직 어둑한 거리로 출근길에 나섭니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가리지 않고 출근합니다. 막내아들 같은 젊은이들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내 머릿속에 남은 지식과 경험을 끌어 모아 쏟아냅니다.

월급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웬 떡입니까. 마누라 눈치 보지 않고, 딸아이에게도 "아빠 취직했으니 용돈 줘야지"라고 말할 수 있으니. 어머니께, 아들에게도 작은 돈이나마 드릴 수 있으니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그러나 실상은 녹슨 몸과 마음을 억지로 세우는 일의 연속입니다. 회사 내부의 허점이 눈에 들어와 몇 가지 건의를 했습니다. 그 결과는, 차라리 말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는 후회였습니다. 딸 같은 대리의 무뚝뚝한 반응, 보고서에 대한 무언의 질책, 내가 이사라는 명패보다 월급 적은 대리보다 못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씁쓸함.

이 나이가 되면 말수도 줄이고, 아는 체도 덜 하고, 생각도 덮어야 한다는데, 아직도 내 안의 허접한 열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어느새 괜한 벌집만 쑤신 건 아닐까 하는 자책이 밀려옵니다.

그럼에도 내 살아온 시간은 거짓이 아닙니다. 대기업, 중견회사에서 10년의 임원생활, 현장을 책임져 온 실력. 아직은 어딘가 쓸모가 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산속 계곡에 두 다리 뻗고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뻐꾸기 소리에 귀 기울이는 짧은 순간. 그 고요 속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나이 든 호랑이라도, 이빨은 빠졌더라도, 맹수의 눈빛은 남아 있는 법입니다.

다시 조용히, 그러나 여전히, 산속을 지키는 마음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어떻게 구한 직장입니까. 이것마저 놓치면 갈 곳도, 기댈 곳도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입을 다물고, 가슴을 조이고, 묵묵히 견뎌봅니다.

늙은 호랑이로서, 그렇게 하루를 또 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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