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늙은 호랑이

by Pelex

2009년 6월 6일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는 걸

나이 예순이 넘어서도

새삼 실감합니다.

그토록 애타게 원하던 ‘일자리’를

겨우 얻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불편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막내아들 같은 이들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내 머릿속에 남은 지식과 경험을

있는 대로 쏟아붓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게 정말 맞나,

내가 너무 오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월급 150만 원.

그래도 웬 떡입니까.

마누라 눈치 보지 않고,

딸아이에게 “아빠 취직했으니 용돈 줘야지”

말할 수 있으니 그게 어디입니까.

이제는 어머니께도, 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돈을 드릴 수 있으니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그러나,

실상은 녹슨 몸과 마음을

억지로 세우는 일의 연속입니다.

보고서를 올리던 어느 날,

딸 같은 여 대리의 무뚝뚝한 반응에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명색이 이사인데,

대리만도 못한 월급,

말 한마디에도 숨이 턱 막힙니다.

이 나이가 되면

말수도 줄이고,

아는 체도 줄이고,

생각도 덮어야 하는데,

아직도 내 안의 허접한 열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그동안 회사의 허점이 너무 눈에 띄어

건의 몇 가지 했을 뿐인데

괜한 벌집만 쑤신 건 아닐까

후회도 밀려옵니다.

그냥 조용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그럼에도

내가 살아온 시간은 거짓이 아닙니다.

대기업, 중견회사,

십 년 간의 임원생활,

우수사원 표창,

그 많은 현장을 책임져 온 실력—

아직은 어딘가 쓸모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유명산의 계곡 아래

두 다리 뻗고 앉아

시원한 바람맞으며

뻐꾸기 소리에 귀 기울이면,

산새들의 교향곡이

내 지친 마음을 위로합니다.

나이 든 호랑이라도,

이빨은 빠졌더라도,

맹수의 눈빛은 아직 남아 있는 법입니다.

다시 가다듬어야 합니다.

어떻게 구한 직장입니까?

이것도 못 견디면

이제 갈 곳은 어디란 말입니까?

그러니 오늘 하루도,

가슴을 조이고, 입을 다물고,

묵묵히 견뎌봅니다.

늙은 호랑이처럼,

조용히, 그러나 여전히

산속을 지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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