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에

by Pelex

어제 내린 흠뻑 한 비 덕에

오늘은 차창을 스치는 바람결이 유난히 싱그럽습니다.

늦게 자든, 일찍 자든

평생을 일찍 일어나던 습관 덕분에

오늘도 제시간에 눈을 뜹니다.

예전 같으면 일요일 아침,

잠을 더 자보려고 뒤척거리기도 했을 텐데요,

이 나이가 되어도,

그래도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서둘러 출근합니다.

(사실 일요일은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딱히 갈 데도 없으니…)

이제야 조금,

제자리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아내 눈치를 덜 봐도 되고,

어머니 용돈도 드릴 수 있고,

아이들과 외식도 가끔은 할 수 있으니,

그저 다행입니다.

컴퓨터를 켭니다.

좋은 글들,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워

좋은 사람들, 좋은 친구들에게도

나의 마음을 담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이들과

잠시나마, 혹은 오랜 시간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공감될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합니다.

무심히 사는 것보다,

오래된 친구에게,

그리고 흘러가버린 인연에게도

“내가 살아 있노라” 전할 수 있으니,

괜찮지 않겠습니까?

이제 죽으면,

부의금 5만 원, 10만 원이면

영영 끝나버릴 인연들인데…

아니,

본인이 죽어도 아는 사람도 없어

조문조차 오지 않는 세상이라 하더군요.

보다가 내키지 않으면

스팸 처리하면 됩니다.

마음이 동한다면

안부 정도는 물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혼자라는 건,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도 오지 않는

그런 외로움입니다.

그마저도,

지울지도 모르는 ‘돈 빌려 달라’는 스팸 문자,

정체 모를 국제전화에서조차

내가 아직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도서관도, 산책도,

뺑뺑 도는 지하철도…

그것도 한두 달이지,

혼자 견뎌보셨습니까?

친구들이여,

용서하시길.

제풀에 겨워, 외로워서,

그저 어디엔가 한 번 지껄여 보고 싶어서

이렇게 적습니다.

또 한동안 찌꺼리다 지쳐버리면

그만둘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제야 제자리에 돌아온 듯해

이 글을 보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지갑 속 주민등록증 자리에 넣고 다니며

마음을 달래려 합니다.

“나이 듦의 처세”

설치지 말고,

성내지 말고,

알고도 모른 척.

미운 소리,

군소리,

헐뜯는 소리 하지 말고, 어수룩하게 삽시다.

옛날일은 다 잊고,

잘난 체하지 마시고.

감사함을 잊지 말고,

언제나 고마워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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