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생일날
오늘은 내 생일이다.
토요일이라 출근은 하지 않았지만, 여느 때처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났다. 몸에 밴 습관이니 굳이 바꿀 이유도 없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감 한 개와 생식. 10년도 넘게 아침은 늘 이랬다. 소박하고 조용한 하루의 시작.
아내와 아이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무엇인가 떠들썩하더니, 어느새 모두 집을 나섰다. 텅 빈 집에 청소기 돌아가는 이모의 소리만 가득 찼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문득 무료함에 밖으로 나섰다.
점심은 동네 어귀, 허름한 중국집에서 짬뽕 한 그릇으로 때웠다. 생일이면 국수를 먹어야 한다는데, 뜨끈한 국물도 있으니 짬뽕이면 어떠랴. 나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그렇게 생일 점심을 마쳤다.
저녁 무렵, 00역에서 집으로 향하다가 그만 방향을 잘못 들어, L백화점 지하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시계 매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문득, 작년 수능 때 시계도 없이 시험을 봤던 아들이 떠올랐다.
그 생각에 마음이 쓰였다. 오늘이 내 생일이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느슨해진 김에 시계 하나 사주기로 결심했다.
진열대 위 시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아들이 좋아할 만한 걸 골랐다.
평소엔 망설였을 텐데, 오늘은 생일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큰마음먹고 계산을 했다.
선물이라기보단, 미안함을 담은 마음의 조각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시계를 건넸다.
하지만 아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에 속이 쓰리고,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그래도 나름대로 마음을 담은 선물이었는데…
서운한 기분을 달래고 싶어 딸아이를 불렀다.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비싼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오랜만에 사주는 것이라 그런지 딸아이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 눈빛을 보니 괜히 마음이 찡했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잊고 있는 걸지도.
그래도 익숙하다. 벌써 10년 넘게 그래 왔다.
진갑이라고들 하던데, 뭐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저녁 8시도 되기 전에 샤워를 하고 누웠다.
몸도 마음도 조용히 눕고 싶었다.
그래도 이곳은, 내 마음을 조용히 털어놓을 수 있어 다행이다.
속으로 되뇐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진갑의 생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