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의절’이라니,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자네도 많이 약해졌군.
다 나이 듦의 소치겠지.
거추장스럽게, 의절은 무슨 의절인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그냥저냥 살다 가는 거지.
세상이 내 맘대로 되는 줄 알았나?
그리고
상대 처지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하기야
늘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며 살아오셨으니,
말 그대로
그게 자네 세상 아니겠는가?
마음 가는 대로 하시게.
하지만
아직 남은 게 있으시다면
마음 적선이나 하시게.
다 쓰고 사시게나.
자네는
자식도 잘 두었고,
마나님도 착하시니
재산 남길 걱정도, 마음 쓸 일도 없지 않은가?
내 처지가 참 한심하네.
이 나이가 되어
남의 돈 벌려고 새벽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젊은 사람에게 두 손 비비며 비굴하게 살아야 하니...
하기야
두려울 것도 없지.
희망도 없고, 기약도 없으니.
세상사는 것,
저승길이 뭐가 그리 무섭겠나.
무슨 말인지 다는 모르겠지만,
자네 뜻대로 의절하자 하니
부의금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군.
어머니 앞엔
가고 싶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 하더군.
아마 그 걱정도 곧 덜어지시겠지.
건강하시게.
혹시 모르니 치매 검사도 한번 받아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