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키운 늦둥이 아들 이야기

by Pelex

애지중지 키운 늦둥이 아들 이야기
– 2011년 9월 14일

음식을 가려 먹습니다.
야채, 생선은 절대 입에도 대지 않고
패스트푸드, 육류, 라면, 가공식품만 즐깁니다.

방 청소와 정리를 하지 않습니다.
팬티와 양말, 쓰레기를 구석에 숨기고
옷 정리나 이불 개기는 물론 하지 않습니다.

화장실 사용도 엉망입니다.
비데를 뜨겁게 해 놓고, 수건은 뭉쳐 바닥에 던지고,
물은 흘러넘치고, 변기나 거울, 세면대는 엉망입니다.

밤낮이 바뀌어 지냅니다.
낮에는 잠만 자고, 밤이면 게임과 유튜브, 야동에 빠져 밤을 새웁니다.

고집이 세고 부모 말을 듣지 않습니다.
좋은 말엔 건성이고, 잔소리하면 짜증을 냅니다.
잘못해도 인정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합니다.

장손 역할을 회피합니다.
성묘도 가지 않으려 하고,
장손으로서의 책임도 외면합니다.

자기 처지를 제대로 모릅니다.
평생 아픈 누나, 늙어가는 부모,
그리고 자신의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아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아버지로서,
이런 것들만은 고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하소연이며 바람이며, 하느님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삼수 끝에 대학에 다니는 늦둥이 아들,
애지중지 키워온 그 아이 이야기입니다.

한 번도 자식 자랑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남의 자식들은 판사, 검사된다는데
그런 건 애초에 욕심이었겠지요.

이제는 자랑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말썽 부리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군대라도 다녀오면 좀 달라질까 기대했지만…
내심 해병대를 가길 바랐건만
카투사에 가겠다고 하니, 그마저도 글쎄요.

애꿎은 아내에게
“당신이 마마보이로 키워서 그래!”
소리치며 탓도 해보지만,
누구 탓하겠습니까.

다 내 탓, 내 몫입니다.

언젠가 나이 들어
면박이나 당하고 추한 모습 보이기 전에
먼저 떠나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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