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오늘 새벽, 대문을 나서자마자 눈발이 흩날리더니 이내 제법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나이도 어느덧 종심을 밟게 되었지요.
누군가 인생 칠십은 시속 70km로 달린다 하더니, 올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살이가 내 뜻대로 되지는 않지만,
나이 들수록 해가 바뀌는 이즈음에는 왠지 모를 허전함과 외로움이 더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같은 날, 동기들의 만남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나고도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내 가슴속에 깊이 자리 잡은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그런 이 말입니다.
언젠가 꼭 만나 지난 세월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
가슴속 깊이 숨겨둔 말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 만나 일상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고,
한 달에 한 번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며,
두세 달에 한 번 만나 취미를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십 년에 한 번쯤 만나 세월의 흐름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오십 년이 지나서도 주름진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의 발자취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요.
친구여, 당신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만나서 “야!” 하고 반기고, “자!” 하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아내와 자식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좋습니다. 자랑이라 한들 어쩌겠습니까.
그 또한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이야기이니까요.
이제 묻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요?
그렇기에 오늘의 만남이 더욱 귀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