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의 유무

by 송주하

독서 모임을 합니다.

오프라인 독서 모임에 참여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생기면서 모든 게 멈췄습니다. 인간은 환경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점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때 '줌'이라는 시스템을 알게 되었죠. 신세계가 따로 없더군요. 글쓰기 수업도 줌으로 듣고, 독서 모임도 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편합니다. 우선 이동 시간이 없어서 좋구요, 스탠드만 밝게 해주면 '뽀사시'해 보여서 예쁘게 나오기도 합니다. 게다가 지역에 관계 없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독서 모임에 참여만 하다가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월요일에는 '니체이즘'을 운영합니다. 책을 읽는데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철학자가 있더군요, 그 사람이 바로 '니체'입니다. 관련 도서도 읽어보고 했는데 뭔가 만족스럽지가 못했습니다. 니체 원서를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모집했습니다. 누가 봐도 어려워보이는 책이라 그런지 다들 꺼려하더군요. 다행히 저와 생각이 비슷한 몇 명이 있어서 오픈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2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화요일에는 스테디셀러를 읽는 '엘리시온'을 운영합니다. 헨리데이비스 소로의 《월든》이라든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같은 책을 읽습니다. 한 마디로 꼭 읽어봐야 할 책을 주로 봅니다. 어렵지만 함께 읽으니까 읽어집니다.
목요일에는 '민음사피아'를 운영합니다. 민음사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보는 겁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던가《이방인》,《햄릿》같은 서양 고전을 주로 읽습니다. 민음사 고전 시리즈가 360권 정도가 되니까 모임을 꽤 오래 해야 할 듯 합니다.

보통 새벽 5시 반에 시작합니다.
다들 일정이 있는 관계로, 가급적이면 7시까지 마치려고 합니다. 늘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어찌나 시간이 잘 흐르는지요. 책을 다 못읽은 날이 간혹 있습니다. 그런 날은 밤을 새워서라도 읽어야 합니다. 리더니까요. 물론 멤버님들도 열심히 읽어오지만, 내용을 모르고서는 모임을 이끌어 갈 수 가 없습니다.
꾸벅 꾸벅 졸면서 책을 읽습니다. 잠이 오는데도 읽어야만 하는 상황, 이게 생각보다 힘듭니다. 내적 갈등이 많이 됩니다. 그냥 자버릴까. 그래도 조금만 더 보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잠도 못자고 이러나. 오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페이지를 계속 넘깁니다. 운영을 해야하니까요. 작은 모임이지만 '리더'라는 자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금요일은 제가 리더가 아닙니다.
세계사 공부를 함께 하는데, 역사를 잘 아는 선생님이 운영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합니다. 이게 참 희한합니다. 금요일은 유난히 잠이 더 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리더일때는 머리가 또렷한데, 참여를 하는 경우는 집중력이 흐려지기도 합니다. 역사 공부다 보니 주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식의 독서 모임입니다. 토론 형식으로 하기에는 조금 프레임이 다릅니다. 주로 듣는 식이지요. 그러다보니 제가 리더를 할 때와 달리, 책도 가볍게 읽게 됩니다. 모임 시작 전까지, 꾸벅 꾸벅 졸 때도 있습니다. 갑자기 거울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더군요. 책임감이라는게 이렇게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구나 하고 말이죠.


독서 모임에서의 나의 태도가 달라지는 걸 보고 느꼈습니다.
'책임감' 이라는 건, 무겁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단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내가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해내고야 맙니다. 물론 중간에 실패할 때도 있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 다릅니다. 따라만 가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수동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니까 나도 모르게 마음이 나태해지는 겁니다.

독서 모임조차 책임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데, 인생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내 인생에 리더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누가 이끄는 삶을 따라만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데일 카네기도 책임감에 대한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일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책임을 다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책임감, 때론 힘듭니다. 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무게를 느끼는 그 시간동안 만큼은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인생의 '리더'로 책임감을 장착하고 살아가 볼까 합니다. 아무도 살아주지 않는 내인생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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