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쓰기 34. 꽃집 아르바이트

by 송주하

꽃집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때였습니다. 꽃집 앞을 지나가는데 '알바구함'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방학때라 마트에서 캐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숫자에 약한 편이라 매일 정산을 해야하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더라구요. 잘됐다 싶었죠. 꽃집에 들어가서 물어봤습니다.
인상 좋아보이는 여자 사장님, 꽃내음 가득한 실내, 초록이 무성한 화분들까지. 이보다 더 좋은 자리는 없겠다 싶더군요. 다행히 사장님도 저를 좋게보셨는지 일주일 후부터 출근하라고 하더군요. 마트에 인수인계를 하고 나오는 게 예의라 생각해서 일주일 뒤에 가기로 한겁니다.



우아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클래식 음악 틀어놓고 커피 한잔 하면서, 손님이 오면 꽃다발 하나 안겨주면 되는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첫 날부터 보기좋게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우선 실내에 있던 키작은 화분들을 가게 밖으로 전부 내놔야 합니다. 겨울이라 화분이 얼어죽을 수도 있어서 실내에 두는 거지요. 작은 화분이라고 얕잡아 볼 일이 아닙니다.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것만 진열해도 숨이 차더군요.
잠시 쉴 틈도 없이 실내 청소를 시작합니다. 어제 보았던 곳과 같은 곳인데, 초록의 푸르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바닥을 쓸고, 분갈이 한 곳을 정리하고, 화분 자리를 재배치 합니다. 땀이 잘 안나는 체질인데도, 이마에 땀이 맺힙니다.
청소를 다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물건이 옵니다. 여기서 물건이라함은 새로 주문해서 온 꽃들과 기자재들을 말합니다. 기자재는 종류가 많습니다. 화분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합니다. 꽃다발을 만드는 기자재는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속지부터 투명한 비닐까지 디자인이 워낙 다양해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삼 일째 되던 날인가.
저보고 꽃다발을 만들라고 하더군요. 그때가 졸업시즌이어서 꽃다발이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사장님이 하는 걸 보고 대충 흉내냈습니다. 노란 프리지아 한 묶음에 안개꽃을 적당히 섞고, 아이보리 종이와 비닐을 두르고, 마무리로 핑크 리본을 달았습니다. 사장님이 괜찮다는 사인을 줍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진열장에 놓아 둡니다. 이번에는 장미 꽃다발을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합니다. 가시는 어찌나 크고 날카로운지, 한 번 찔리면 눈물이 날 정도 입니다. 가시 제거 소품으로 하나하나 잘라내고 적당한 크기로 꽃다발을 만듭니다.
일 하는 척 하지만, 눈과 귀는 나의 첫 작품(?)에 쏠려있습니다. 사 가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모르게 곁눈질을 하게 되더군요. 어! 그런데 중년 남자분이 급하게 꽃다발을 찾습니다. 그러고는 내가 만든 꽃다발을 덥석 집어 듭니다. 값을 치르고 꽃 향기를 맡으면서 가더군요. 신기했습니다. 그 뒤로도 나의 꽃다발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습니다.



꽃집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추운 날 물기가 있는 꽃을 만져야하니, 손이 금방 얼 것 같더군요. 난로가 있긴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게다가 치워야 할 건 얼마나 많은지요. 꽃을 다듬으면서 나오는 이파리들과 바닥에 쌓이는 먼지가 가득합니다. 분갈이를 위해 큰 화분을 옮기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할까 몇 번이나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그만두는 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이를 악물고 한 달만이라도 해보자 싶었죠. 드디어 한 달이 지났고, 보석같은 아르바이트 비가 제 손에 쥐어졌습니다. 흰 봉투에 현금이 두둑합니다. 70만원. 그때 금액으로는 꽤 큰 돈입니다. 달리듯 집으로 와서 엄마에게 자랑합니다. 이번에 고장난 세탁기를 바꿔줘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큰 소리 떵떵치면서 세탁기를 보러가자고 합니다. 다음날 광이 나는 세탁기가 도착합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한 달 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모조리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겉에서 볼 때는 세상 우아한 일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꽃집 아르바이트는, 제가 경험해본 아르바트 중 손가락에 꼽을 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경험(經驗)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 입니다. 어떤 선택이든 직접 겪어 보고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은 진짜가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꽃집 아르바이트처럼, 경험은 제게도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우아하게 꽃만 건네는 일이 아니라라는 걸 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어떤 경험을 하고 있습니까. 좋은 기억이든, 힘들었던 상황이든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일들은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되어 줄거라 생각합니다. 부딪혀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경험이라도 얻는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장미 가시에 찔려 본 사람만이, 아름다운 장미 뒤에 숨어 있는 아픔을 아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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