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by 송주하

어제 요양보호시설에 다녀왔습니다.



꽤 멀었습니다. 가는 데만 2시간 30분 이상이 걸렸으니까요. 나름 철칙이 있습니다. 1시간 30분 이상 운전하는 곳은 지양하자고 말입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선, 운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떤 강사님은 운전이 즐겁다고 하는데 저는 다릅니다. 길도 잘 헤매는 편이고요, 운전 자체가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체력입니다. 나름의 통계를 내 본 결과, 편도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리는 곳은 몸에 무리가 되더라고요. 세 번째는 비용적인 부분입니다. 유류비나 톨게이트비, 간식비 등 지출 항목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나를 더 들자면, 도로에서 그냥 보내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이런 이유로 멀리는 가지 않는데, 이번에는 가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소개해 준 담당자하고의 인연 때문입니다. 여유 있게 집을 나섰습니다. 한 시간 정도 미리 도착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가끔 고속도로에서 막힐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참 답답합니다. 마음도 급해지고요.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내비게이션은 거의 정확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더군요. 30분 정도 강의안을 확인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차 안에서 노트북을 켰습니다.

마침 60대 아주머니 한 분이 박스를 몇 개 들고 지나갑니다. 그냥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잠시 후에 누가 차문을 두드립니다. 봤더니 아까 그분이더군요. 창문을 열었습니다. 이 요양 시설의 영양사라고 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니 들어와서 밥을 같이 먹자고 합니다. 간단하게 먹었다고 하면서 사양했습니다. 밥을 먹어야 오후 강의를 힘차게 할 수 있다면서 들어가자고 합니다. 워낙 웃으면서 말씀을 하셔서 더 거절할 수가 없더군요. 2층으로 올라가니 바로 식당이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급식판에 음식을 담아 오셨습니다.

곤드레 밥, 재첩국, 불고기, 김치, 숙주볶음이 나왔습니다. 곤드레 밥을 먼저 먹었습니다. 찹쌀을 넣었는지 너무 쫄깃하고 맛있습니다. 재첩국은 또 얼마나 얼큰한지요. 다른 반찬도 제 입에 딱 맞더군요.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기는 했지만, 밥은 역시 달랐습니다. 먹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미료 맛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 맛이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역시, 마음이 좋은 분이 음식도 참 정직하게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덕분에 오후 강의를 기운차게 마칠 수 있습니다. 집으로 오면서 그 영양사분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친절할까 하고요. 영양사분이 그러더군요. 딱 봐도 강사님 같았다고요. 오후 강의하려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싶었답니다. 그분 덕분에 내내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작은 친절 하나가 상대방에게 온기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세상이 각박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하지만 이런 분들이 있어서 아직 세상이 살만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타인에게 얼마나 친절했는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송주하글쓰기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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