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각자 생긴 게 다르듯이, 가진 재능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타고날때부터 그림에 흥미가 있고 잘그리는 사람이 있고, 듣는 귀가 뛰어나서 음악으로 승승장구 하는 사람도 볼 수 있습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땀흘리면서 운동하는 걸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운전도 마찬가지 입니다. 겁없이 쌩쌩 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근거리만 깨작거리며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물며 운전공포증이 있어서 자격증을 따고도 장농속에 고이 모셔둔 사람도 있을겁니다.
한 번은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친구가 이사를 가서 집들이를 한답니다. 좋아하는 친구라 기꺼이 가기로 했습니다. 제 운전실력을 아는 남편은 내심 불안한 모양입니다. 혼자 갈 수 있겠냐고 여러번 물어봅니다. 내비게이션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떵떵 거렸지요.
목적지를 누르고 전체적인 경로를 먼저 봅니다. 그다지 어려운 코스는 아닌걸로 보입니다. 중간에 대교가 하나 있네요. 그 대교만 지나면 바로 친구의 집이 나옵니다. 대략적인 경로를 파악하고 시동을 겁니다. 내비게이션은 얼마나 또 친절한지. 목소리도 예쁘고, 말끝마다 존칭을 써줍니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달려봅니다.
앞에 대교가 보입니다. '오호..생각보다 어렵지 않군' 속으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갑니다. 그런데 이 다음이 문제입니다. 대교끝나는 지점에서부터 길이 휘어집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눠지는 지점이 나옵니다. 새로 난 길이라 그런지 내비는 허공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왼쪽으로 들어섭니다. 그렇게 계속 갔습니다. 분명 대교를 내려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파트단지 였는데...가도가도 아파트가 안보입니다.
제가 방향치이긴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내비게이션도 유턴을 하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이 길이 희한해서 유턴이 안되네요. 계속 달렸습니다. 겨우겨우 유턴하는 곳을 만나서 되돌아 왔지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달렸습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야하니까요. 어..그런데 또 느낌이 싸합니다. 아까 분명 봤던 곳인데...저 멀리 또 대교가 보이는거 아니겠습니까.
귀신같이 남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잘가고 있어?? 왜 도착했다는 전화가 없어?? 어디야?" "아...그게 그러니까...아까 그 대교" "어?? 한 시간째 같은 곳에 있다고??"
놀랄만 하지요...한 시간째 같은 곳이라고 하니까 말입니다. 달라진게 있긴하죠. 아까는 가는 방향, 지금은 오는 방향. 자초지종을 들은 남편이 내 그럴줄 알았다며 다시 잔소리하기 시작합니다. 어디에 내놓을 수가 없다나 머라나.
결국 친구가 다른 길로 저를 데리러 왔고, 그 친구의 인도로 집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민폐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두어달 전에는, 일 때문에 300Km 가까이 운전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장거리 운행은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길을 헤매는 바람에 한 시간이 더 오바되기는 했습니다. 집에 올때도 빠질곳에서 못 빠져, 뱅뱅 돌아서 오기도 했구요.
그래도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17년 동안 운전했던 짬밥 덕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운전을 못한다고 시도조차 안했다면 멀리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테지요.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하게 된다." 이 말을 믿고 있습니다. 비록 남들보다 느리게 갈지는 몰라도, 아예 시동조차 켜지 못한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반복의 힘을 믿고 나아가는 중입니다. 루틴도, 매일하는 독서도, 그리고 글쓰기도요.
지금은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헤매기 일쑤지만, 장거리 운전에 성공하듯 더 큰 성공을 맞이하는 날이 반드시 올거라 믿습니다. 반복의 힘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