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말실수 에피소드

첫 제자, 소방토끼

by 박노을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말실수를 해본 적이 있는가?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말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말실수는 '이미 엎지른 물'과 같이

주워 담기 힘들어

한 번 하고 나면

나에게 꼬리표처럼 쫓아다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수의 정도가 깊다면

자르고 싶은 꼬리표가 되겠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말실수는

돼지 꼬리같이

기분이 좋아지는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오늘 나는

첫 해 당시 겪었던

학생들과, 신규교사였던 내가 만들어 낸

말실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선생님, 대장이세요?



체험학습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날의 일이었다.

1박 2일 숙박형 체험학습이었기에

초과근무를 달고 인솔을 했었고,

다녀온 후 초근 내용을 적고 있었다.


'학생 안전 교육 및 야간 지도..'


신규는 사소한 것 하나도 실수를 할까 조심하게 되는데,

그날도 혹 잘못을 할까

온 신경을 집중하여 내용을 적고 있었다.


그렇게 집중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옆에 쪼르르 와서 내가 적고 있는 것을

보고 있던

첫 제자 소방토끼가 있는 줄도 몰랐다.


다 적고, 검토도 다 하고

그제서야 빳빳하게 굳어진 뒷목을 들었는데

마주치는

의아한 표정의

동그란 토끼 같은 두 눈.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

"선생님, 대장이세요?"


당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선생님은 선생님이지 무슨 소리야?

하자마자 서류를 덮었는데

써져 있는 커다란 서류 제목


'초과근무대장'


그 순간 아이들에게 나는

초과근무 ‘대장’이었다.





2. 선생님, 교장선생님이랑 대결한다!


그날은 교감선생님께서 출장을 가신 날이었다.


그래서 행정실 주무관님과

품의 결재 건으로 메신저 대화를 하다가,

"그럼 교감선생님 안 계시니

교장선생님께 대결 올리면 되는 거죠?"

라고 질문을 한 후,

서둘러 옆에서 검사를 맡으러 기다리고 있는

소방토끼를 살폈다.


그리고 나서

검사를 받은 소방토끼가

뛰어가면서 하는 말

.

.


"와~ 우리 선생님, 교장선생님이랑 대결한다!"




3. 제가 결재했으니 상신 부탁드립니다, 교감선생님.


뭐,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 않은가?

말실수를 충분히 할 수 있고

앞선 이야기들은 꽤나 귀여운 에피소드들이라

자연스럽게 미소 지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만으로 스물둘이었던 어린 신규교사는

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감선생님께 말실수를 해버리고 만다.


그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간간히 쳐내야 하는 업무 전화, 쪽지..

그리고 수업,

끝없는 기안 상신…


그때의 나는

어서 기안을 올리고

교감선생님께 결재 부탁을 드린다는 쪽지를 보낸 후

서둘러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또롱-


메신저 알람 소리가 들리고,

보통은 답장이 올 일이 크게 없을 것이라 생각한 쪽지였기 때문에

의아한 숨소리와 함께 쪽지를 클릭했는데,


-

(쪽지내용)

결재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수정해야 할 사항.

*용어 수정

상신: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문서 등을 올려 승인이나 검토를 요청하는 것.

결재: 상급자가 하급자의 보고나 문서를 검토하여 승인하거나 허락하는 행위.


따라서,

‘교감선생님 기안 상신했으니, 결재 부탁드립니다.’

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


순간 순식간에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대체 내가 무슨 쪽지를 보냈던 거지?

빠르게 발신함에 들어가 내가 보낸 쪽지를 확인했다.


-

교감선생님, 안녕하세요.

방금 제가 기안 결재했으니,

상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사실 다행히도

뜻을 몰랐던 것은 아니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용어를 바꾸어 사용하여

보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수는 실수.

교감선생님께 상신하라는,

내가 결재했다는 그런

병아리 신규의 최고 건방진 쪽지.


그날 이후로 그 용어들은

절대 실수하여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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