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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유니스 Apr 29. 2022

냄비받침

사람들은 뜨거운 뚝배기와 뜨거운 냄비로부터

밥상이나 식탁을 보호하기 위해서

냄비받침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무나 천, 우유팩 등으로 만들어 썼지만

이네들은 뜨거운 열기를 견디기 힘들다고

탄 자국을 보여주며 아우성을 쳐댔다.


그 꼴이 보기 싫은 사람들은

곧 도자기 재질로 바꿔버렸다.


아무리 뜨거운 냄비를 올려놓아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언제나 화사한 무늬로 예쁘게 웃어주는 도자기 말이다.


그렇게 성질 한번 부리지 않고

참고 참아 내다

견디지 못하고 깨지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다시 화사하고 예쁜 새 도자기 냄비받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사람도 냄비받침 신세와 같다.


노동강도가 너무 심하다고,

노동시간이 너무 길다고,

노동의 대가가 너무 적다고

아우성치면

그 꼴 뵈기 싫어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바꿔버린다.


계약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종자와 동일한 대우를 원하면

그 꼴 뵈기 싫어

외국인 노동자로 바꿔버린다.


외국인 노동자도

한국인과 동일한 근무환경을 요구하면

그 꼴 뵈기 싫어

기계로 바꿔버린다.


나는

사람을 냄비받침 취급하는

그 꼴이 뵈기 싫다.









* 이미지 출처 : 유니크한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세라믹 소재의 냄비받침 4종입니다~ : 꼬품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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