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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유니스 May 13. 2022

고양이

고양이는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위험한 놈인지 경계할 뿐이다.


위험하지 않다고 상황판단이 완료되면

아무리 재롱을 떨어도 out of 안중이다.


초점을 알 수 없는 두 눈만 꿈뻑거릴 뿐이다.


먹을 거로나마 유혹해보지만

제 배 차고 나면 인사도 없이 또 차갑게 돌아선다.


오늘도 퇴근길에 마주친 길고양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오늘도 매몰차게 외면당한다.


눈길 한 번 주지도 않는 길고양이을

난 매일 반가워한다.

반복되는 애정표현에도 늘 무시당하지만

왜 곁을 내주지 않느냐며 불평하거나, 일방적인 사랑에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사랑이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그런 사랑하기가 어렵다.


사람과 사람끼리는 서로 사랑을 갈구하고

적절하게 give and take가 성립되지 않으면 관계의 균형이 깨지고

깨져서 날카로워진 생각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곤 한다.


날카롭게 베인 상처가 깊어서

오랫동안 고양이로 살았다.


사랑을 갈구하지 않았고,

위험을 늘 경계했고,

낯설고 불편함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늘 도망 다녔다.


이제는 고양이의 탈을 벗어버리고

강아지처럼 살아보고 싶다.


좋아하는 마음 숨기지 않고

사람 품에 달려드는 강아지처럼 말이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도

소갈머리 없이 꼬리를 흔들어대는 그런 개처럼 말이다.


그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렵다. 나란 인간에겐 말이다.







* 이미지 출처 : https://m.blog.naver.com/skysun46/222383069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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