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ice 유니스 May 20. 2022

Dyeing ? Dying ?

인디고 플랜테이션

플랜테이션이라고 하면, 식민지 시대에 서구 열강들이 원주민들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단일 경작하는 기업적인 농업 경작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물은 사탕수수, 면화, 커피, 차, 카카오 등이 있다.

오늘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디고 플랜테이션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인디고’라는 단어는 ‘인도에서 온’이라는 뜻이다. 인디고는 ‘인디고페라’(낭아초)라는 식물에서 얻어지는 파란색 염료로 그 기원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매력적인 파랑은 1세기에 로마인 플리니우스에 의해 언급되고, 12세기에는 마르코폴로에 의해 소개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서구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인도의 전통적인 방식은 이러하다. 우선 낭아초를 물에 담가 발효를 시키는데, 이때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해 알칼리성 물질인 잿물을 넣는다. 발효가 되고 나면 낭아초는 건져내고 남은 물을 저어서 공기와 접촉시킨다. 산화된 염료를 바닥에 가라앉힌 다음 물을 증발시키면 염료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서구 열강들이 처음에는 이 염료 덩어리를 수입했기 때문에 1616년에 나온 영어사전에서 인디고는 ‘ 터키에서 들어온 돌로 파란색 물을 들이는 데 쓴다’라고 잘못 기록되었다고 한다. 인디고가 라피스라줄리처럼 푸른색 광물인 줄 알았던 거다.


이렇게 건조된 염료로 천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공정을 거쳐야만 했다. 인디고 가루를 알칼리 용제에 녹여야 하는데 이때 오줌을 사용한다. ( 앞선 글에서 소개한 ‘인디언 옐로’에서는 인도인들이 소의 오줌을 쓰더니, 인디고에서는 사람 오줌을 쓴다. 인도인들은 오줌 재활용에 진심인 듯싶다.) 그런데, 이때 인디고 가루를 오줌에 녹일 때 손으로 문질러서 풀어주어야만 한다는 비위색적인 문제점이 있다. 인디고 생산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괴로움이다.


인디고도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인디고 생산과 염색 노동은 아프리카 노예들이 담당하게 되었다. 사탕수수나 면화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노예들의 혹독한 노동착취에 대해서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 대중에서 많이 알려졌지만, 그보다 훨씬 더 열악했던 인디고 농장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디고 농장은 작물 경작보다 염료 생산 과정이 위험했다. 인디고를 발효하는 통 안에 노예들은 직접 들어가서 몸으로 물을 휘저었으며, 뜨거운 햇빛 아래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도 들이마셔야만 했다. 악취가 얼마나 심했던지 인디고 통이 있는 곳에서 반경 4분의 1 마일 이내에서는 가축도 사람도 살기 힘들었다고 한다.


인디고 농장에서 일했던 노예들은 수명이 짧았고, 살아 있을 동안에는 여러 신체적 고통에 시달렸는데, 대표적으로 남자들은 발기불능이 되고 여자들은 불임이 되었다고 한다. 노예들은 인디고 염색을 하면서(dyeing) 사실은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dying).


살인적인 인디고의 천연염색 방법은 1880년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폰 베이어가 합성 인디고를 개발하면서부터 금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인디고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인디고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노예들의 열악했던 노동환경을 소개함과 더불어, 지금도 여전히 염색 공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합성염료의 개발로 인해 특권층만 누리던 색이 대중화되었지만, 염색공장의 노동환경은 그리 나아지니 않았으며, 또한 염색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수는 잘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환경오염은 더 많은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Dyeing is dying은 현재진행형이다.



*** 앞으로 '색에 대한 잡념들'매거진은 티스토리 달달 디자인 연구소 daldal design laboratory 에서 이어갑니다.

 https://daldal-design.tistory.com






* 자료 출처 : 온 컬러, 데이비드 스콧 카스탄&스티븐 파딩, 갈마바람.

* 이미지 출처 : https://wonderground.press/culture/indigo-dyei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말이 곧 색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