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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유니스 May 21. 2022

너와 나 사이에 있는 것

예술이란 무엇일까?


카메라라 발명되기 전에는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극사실주의 그림들이 예술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그러다, 기록의 기능을 사진기에게 빼앗기고 난 후 회화는 태양의 효과를 마시고 취해서 그리는 인상주의를 지나 추상주의, 초현실주의 등 여러 실험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을 시각화하기에 이르렀다.


모네는 “ 무엇을 그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대상과 나 사이에 있는 것을 재현하는 일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생일에 작은 아이가 나에게 편지를 써주면서 편지지에 그려준 그림이 생각이 난다.



솔직히 나는 이렇게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 ㅋㅋ

그러나, 우리 아이는 엄마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모네의 말을 빌리면 대상(엄마)과 나(아이) 사이에 있는 것, 14년이란 시간 동안 살을 부대끼며 켜켜이 쌓아온 여러 감정들을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범주안에서 시각화한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아름답게 보아준다는 것은 삶의 축복이며 기적 같은 일이다. ( 나도 나를 사랑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말이다. )


나와 너 사이에 있는 것,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아름다움’이고 ‘사랑’이고 ‘따스함’이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감사하다.


나도 너를, 너도 나를 서로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아주는 ‘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극사실주의 회화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것처럼, 너의 얼굴에 뭍은 검댕이에 온 신경을 예민하게 쓸 것이 아니라 너와 나 사이에 있는 것,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감각하고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삶을 충만하게 느끼는 너와 나... 그런 ‘우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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