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관련된 여러 책들에서는 대기의 색이 보라색이라고 말한 화가가 모네라고 공통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두 권의 책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보았던 모든 책들이 그랬다.
그러나, 데이비드 스콧 카스탄과 스티븐 파딩이 공동 저술한 <온 컬러>에서는 모네가 아니라 마네라고 이야기한다.
그 출처로 Jules Claretie, La Vie a Paris, 1881 ( Paris : Victor Havard, 1881 )를 든다.
여기서 클라레티는 마네가 흥분해서 친구들에게 “나는 마침내 대기의 진정한 색을 발견했다. 보라색이다.”라고 외쳤지만, 이 말을 모네가 했다고 인용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마네가 아닌 모네로 오해되는 것은 모네의 팔레트에서 보라색이 두드러지기 때문일 것이라는 거다.
대기의 색에 대한 그 유명한 말은 마네가 했지만, 정작 그 말을 믿고 자신의 팔레트에 적용한 것은 모네였기에 후대 사람들은 그 유명한 말의 출처가 모네였을 거라 오해했다는 이야기다.
말의 출처가 마네이건 모네이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정보의 전달 과정에서의 오류이다.
클라레티의 기록이 정확하다면, ‘대기의 색이 보라색’이라는 그 유명한 말의 원래 주인은 마네다.
클라레티의 기록은 1881년, 고작 140년 전의 기록이다.
모네가 1926년에 죽었으므로, 모네의 죽음 이전부터 떠도는 잘못된 소문에 대하여 클라레티는 정확한 정보를 기록해 두었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잘못된 정보가 기록 문자로 남게 되었고, 그 잘못된 정보는 인용에 인용을 거쳐 지금 이 시대에 출판되고 있는 모든 색채 관련 책들에서 ‘마네’가 아닌 ‘모네’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식겁할만한 일인가 말이다.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함께 넘쳐난다.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 전달 과정에서 생긴 오류의 확산 속도는 통제를 넘어선다.
나도 색채 관련 글을 쓰면서 여러 책들을 읽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글을 쓰지만, 내가 참고한 자료에 오류가 있다면 나 또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에 기록 문자를 남기는 자로써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신중해야겠다는 책임의식을 느낀다.
*** 앞으로 '색에 대한 잡념들'매거진은 티스토리 달달 디자인 연구소 daldal design laboratory 에서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