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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유니스 Mar 11. 2024

완경 파티

오랜만에 옛 벗들과 삶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들의 관심사 중의 하나인 ‘폐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파릇파릇하고 빛나던 시절에 만났던 우리들인데, 어느덧 중년이 되어 폐경과 갱년기를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다니 시간을 도둑맞은 것 같은 허탈감에 헛웃음이 나왔다.


잠시 후, 다소 무거워진 공기를 뚫고 나오는 친구의 낭창한 목소리가 들렸다.


“ 우리 각자 폐경이 되면, 함께 축하 파티를 열어주는 거 어때? ”



생각지 못한 사고의 전환이었다.


맞다. 너무나도 동의가 되는 말이었다.


우리 딸들이 첫 생리를 시작했던 날, 우리 가족은 케이크를 사 와서 조촐하지만 함께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었다.


우리가 자라온 시대에서는 ‘생리’라는 말을 떳떳하게 말하지도 못했던 시대였다.


어른들에게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에 그저 그런 줄로만 알았다.


시대가 바뀌고, 우리 딸들이 자라는 시대에서는 ‘생리’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생리는 더 이상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더러워서 감춰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성숙한 신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기에 오히려 축하와 축복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딸들의 첫 생리는 가족들의 축하와 축복을 받으며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폐경도 이미지 쇄신을 할 때가 되었다.


이미 ‘폐경’이라는 말 대신 ‘완경’이라는 말을 쓰자는 움직임도 있지 않은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서 닫힌 것이 아니라, 오랜 여정을 완성했다는 말이 훨씬 따뜻하고, 휴머니즘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낭창한 목소리의 친구는 한결 더 밝아진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 축하파티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우울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어 ”


우리 모두가 그랬다.


폐경을 생각할 때에는 우울했지만, 축하받을 완경을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오히려 그날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우리들은 이제 우리들의 완경 파티를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브알라~ 우리들의 미래는 축하파티의 연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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