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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들은 2025년 중국 경제와 스타트업의 진실

북경 / 상해 / 홍콩 / 서울에서 느낀점들.

by 윤세문


2025년 4월 21일부터 5월 4일까지 중국(북경, 상해), 홍콩, 그리고 한국으로 잠시 출장을 다녀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Tariff)'라는 카드를 통해 중국을 다방면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중국의 기업가, 투자자, 학계 인사들, 그리고 북경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래와 같다.

북경에서 함께한 여러 스타트업 대표들과 투자자들
상해에서 함께한 스타트업 대표들과 투자자들

1)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최악은 넘겼다

COVID-19 이후 부동산 시장 붕괴 등 여러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자산 가치 하락을 체감한 서민들은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 영향으로 중국 외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중국 내부에서는 오히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가장 번화한 상권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조차 방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전반적으로 소비와 경제 활동 전반이 활기를 잃은 듯했다.

부동산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다. 많은 아파트가 이미 과잉 공급된 상태에서, 여전히 건설 중인 신규 아파트들마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자금 조달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사례가 많았다. 이로 인해 입주 예정자들은 제때 입주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언제 입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막함 속에 생활하고 있었다.

이미 넘쳐나는 공실로 인해 부동산 가격 방어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이에 따라 정부가 남은 아파트를 매입해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가격을 방어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2024년이 최악이었고, 이제는 조금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2) 스타트업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외국 자본은 거의 모두 빠져나간 상황이고, 민간 자본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시장에 남아 있는 자금은 대부분 공공 자금인데, 이 자금을 수령하면 정부가 정한 여러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어 스타트업 CEO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공공 자금을 받는 순간부터 몇 년 안에 상장을 해야 한다는 조건은 일부 CEO들에게는 사실상 '독소조항'에 가깝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창업가가 본래 가고자 했던 방향에서 벗어나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납세자의 세금이 투입되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고, 본질적으로 리스크가 큰 스타트업에 대해 최대한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펀딩이라기보다 장기 대출(loan)에 가까운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3) 미·중 관계는 결국 개선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90일 유예되었지만) 당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1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던 시점에서도, 중국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많은 이들이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고, 일부는 중국이 쥐고 있는 카드가 훨씬 많으며, 미국이 중국산 수입을 제한해 실제 타격이 나타나는 순간 미국 정부가 받을 정치적 압박이 더 클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몇 주 후, 관세는 대폭 완화되었다.


또 하나 흥미롭게 들은 얘기는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사용하는 폭죽의 95%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관세가 유지되면 미국은 폭죽 없이 독립기념일을 보내야 하나?”라는 농담도 있었다. 드론으로 대체하자고 해도, 가격 대비 기술력 좋은 드론 역시 대부분 중국산이기 때문에 그것도 결국은 '중국'을 거치지 않고서는 소싱하기가 어렵다.


한 팟캐스트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에서 중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출 품목의 특성에서 찾고 있었다. 중국은 값싼 공산품(옷, 장난감 등)을 대량 수출하는 반면, 미국은 주로 농산물을 수출하는데, 공산품은 재고로 보관하거나 덤핑 판매가 가능하지만, 농산물은 부패하기 때문에 재고로 쌓아둘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었다.


이 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인사이트가 많았지만, 일단은 여기까지만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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