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바(Ava)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잔잔한 축제였다.
졸업생은 일곱 명, 무대는 작고 촛불은 가늘었지만
그 불빛은 부모들의 눈가를 비추기에 충분했다.
졸업생들은 한 사람씩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부모에게 건넸고
나는 그 말들이 모여 만든 합창 속에서 안경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닦는 건 먼지가 아니었고.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학교보다는 세상이 궁금했고 수업보다는 일터가 끌렸다.
돈을 벌면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오리털 점퍼를 입고 싶었다.
예상치 못했던 것은
양복을 입고 눈 내리는 날 찍은 친구들의 졸업사진, 친구들의 책장 속에 꽂혀 있던
두꺼운 앨범에, 그 안에 내가 없다는 아쉬움이었다.
종종 아무도 모르게 그 빈자리를 더듬어 보는 일이 있었다.
시간은 멀리 돌아,
애바가 무대 위에서 고맙다고 말하던 순간
나는 팔순이 넘은 나의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렸다.
졸업장도, 앨범도 없어도 상관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엄마 아버지에게 “고마웠습니다”
한마디 못한 죄송함이 내 마음속에 빗물처럼 고여 쏟아져 내렸다.
비 내리는 날,
청개구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