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빵을 구울 겁니다

by ENOCH 박두일

나는 이집트를 탈출하여

몇몇만 건넜다던 바다를 건넜습니다

그러나

바라던 땅을 밟았다는 흥분은

사막의 뜨거운 기운에 순식간에 증발했고

이집트에서 입고 온 옷은

이곳의 기온과 맞지 않았습니다

야자수, 오아시스, 젖과 꿀이 흐른다는 땅은 저 멀리 옮겨졌고

떠나온 곳이 그리울 만큼 이곳은 괴로웠습니다


그때 모세는 말했습니다

만나는 하늘에서 떨어지지만

네 입으로 곧장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날마다 바구니를 준비해

들판으로 나가야 한다고


마른땅에 내려앉은 작은 응집

순식간에 사그라질 수 있는 결정체

천사들이 먹다 남긴 부스러기

나는 급히 바구니를 채우며
내 꿈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에게 없었던 아름다운 것들이여!


ChatGPT Image Sep 5, 2025, 04_41_59 PM.png


나는 빵을 구울 겁니다
옆집에서 빌려온 반죽들은 잠시 미뤄 두어도 좋습니다
치대고, 누르고, 떼어내어

윤동주를 사랑한 할머니가 구워 오신 빵,
어떤 아저씨가 건네준 스노 볼 같은 빵,
바다 건너 의사 선생님이 보내 준 바람의 말과 같이, 맛있게 구울 겁니다
(내 혓바닥에 그 빵들이 닿은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합니다)


설령 아무도 군침 삼키지 않는다 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굽는 동안 번져오는 냄새 속에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 만나를 거두는 지금
나는 벌써 배가 부릅니다

작가의 이전글예진네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