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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임당 Aug 04. 2020

불쾌하고 간절한 기다림의 것들

부정적인 감정이 마구 샘솟는 날의 마음 처세술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1. 그 테이블이 내게 오기까지



주문한 6인용 테이블의 결재일은 7월 14일(화)일이었다.

결재일 다음 날 업체의 주문 확인 전화가 있고  7월 15일 배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안내 문자를 끝으로 오늘로 딱 3주가 되었다. 2주 반을 기다리다가 배송기사님의 연락도 없고 해서 답답한 마음에 가구 업체에 전화를 드렸다. 최대한 공손하고 상냥하게, 그리고 1주일만 더 기다리면 온다고 했다. 그리고 또 정신없는 1주일을 살았다. 그리고 깜빡할 뻔 했다가 이번주 스케줄을 정리하려다 배송 일자를 다시 점검하려 한 번 더 전화를 하니 다음주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해외배송도 아니고 기껏해야 경기도 파주에서 출발하는데 한달을 기다려야 하나? 더워서 그런지 기다림에 부풀어 오늘 아침에 끄적인 해빙노트의 충만함이 물거품이 되버리자 순간 화가 나서 그런지 날선 대꾸를 했다. 업체의 여자직원 분이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시스템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몇 백만원 하는 것도 아닌 이 테이블 하나를 지나치게 기다리다보니 니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러냐며 오기도 전부터 미운 마음으로 변하려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가구점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문한 테이블을 자태를 보았다.




“괜찮아, 다음주에 조심해서 우리집으로 와. 내가 꽃다발 사서 환영해줄께.”


퇴근 무렵 날선 목소리로 연신 죄송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녀에게 다그쳤던 것을 후회한다. 오래 기다릴만한 가치게 있겠지. 돌아 돌아 내게 잘 오기만 하면 되는데, 기다려보자.





2. 지르코니아로 바로 할껄 그랬어


오늘은 아마도 마지막 과정의 치과 치료가 있는 날이었다. 7월 15일 미루던 왼쪽 어금니쪽 치아가 살짝 깨지는 바람에 예정 없던 금니를 빼내고 새로운 크라운을 씌우게 되었다. 원장님의 적극적인 추천에 PFM이라는 안은 금속 겉은 사기로 된 재질로 하기로 하고 몇일을 기다려 임시치아를 제거하고 붙이려는데 뜨악 잇몸 라인에 까만 금속이 마치 내 이가 썩었어요 하고 있는 것 같아 충격을 받았다. 치료 예정없던 사랑니도 발치했다. 그리고 지르코니아로 보철물을 변경하여 다시 제작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 병원의 진료 안내 문자를 받고 내원했는데 문자 발송 오류라고 했다. 드디어 오늘, 이번 치료는 본 뜬 지르코니아 보철을 치아에 부착하고 높이를 맞추면 끝이라고 간단해서 짧게는 십여분이면 끝날 거라고 했다. 임시 치아를 제거하고 접착제를 긁어내고 몇 분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드디어 원장님 오셔서 기공소에서 완성한 내 보철물을 끼우셨는데 빡빡하고 묵직했다. 뭔가 이상한 것 같았고 의료진들이 여럿 모여들며 심상찮은 대화를 하는 것이 또 불길했다.



그렇게 숙덕숙덕


고객님 10년이고 쓸 치아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다시 본 떠서 새로 제작하자고 하셨다. 게다가 또 예정없는 마취를 했고 마취가 되기도 전에 잇몸에 실을 넣어 본 뜨는 작업은 이럴거면 왜 마취를 한 것인지 실질적으로 나는 왜 많은 치과 중에 여기를 왔는가 하는 깊은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래도 두 가지 측면의 발전이 있다.



1. 병원측에서 아주 VIP대우를 해준다.

병원에서 이런 실수가 잘 없는데 내게만 유독 이렇다며 오늘 7시 진료가 끝임에도 7시 15분까지 내 치아 하나 때문에 여러 치위생사들이 남아서 고생했다. 정말이지 병원 의료진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이 여자(나)의 크라운치료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그리고 고생했다고 부드러운 칫솔모를 자랑하는 치과칫솔을 하나 챙겨주셨다.


2. 선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어금니에 살짝 깨졌을 때 빨리 치과로 달려왔어야 했다. 어금니 제일 안쪽에 몇 년 전 지르코니아로 씌웠다면 비용만큼이나 심미성을 고려하여 동일한 소재로 하겠다고 판단했어야 한다. 나를 위해 세 번에 걸쳐 기공작업을 해야하는 병원 또한 손실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를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자가 피곤하더라도 양해를 구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 애쓰는 치과를 선택한 것은 불행 중 아주 다행이 아닌가라며 나의 선택에 위로를 곁들여본다.






종합해서 내가 구입한(내돈내산) 테이블을 받는 것도, 내돈내어금니 크라운을 씌우는 것도 한 달의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나를 애태우고 여러 날의 기다림을 갖게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이 불쾌하고 언짢은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면 아마도 지루한 설렘이 꿈틀거리는 것이다. 이 여름의 참 길었던 그리고 간절했던 배송 및 치료 완료의 후기는 그렇게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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