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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임당 Feb 05. 2021

다시 시작할 용기

만다라 차트 목표, 이것은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방학이었다.

코로나 덕분인지 때문인지 학교 출근을 제외하면 대부분 집에서 보내는 날들로만 채워졌다.

그렇게 방학의 절반이 흘렀다.  

1월 중순이 되어서야 방학을 했고 방학 후에도 계속 업무가 끝나지 않아 2021년이 왔음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2020년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으니 2021년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흘렀다. 무엇인가 흐트러진 것들을 다잡기 위해 다시 걸어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일주일 남짓 채운 만보가 무색해지도록 바깥을 나갈 수 없는 강추위가 다가왔다. 무엇이든 열심히였던 날들이었는데 창대했던 시작과 달리 미미한 결과를 갖고서 조용히 책을 읽곤 했다. 도교육청에서 열심히 준비한 학부모 연수를 듣기도 했다. 독립출판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수를 신청해 듣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들은 그 어디에서 없었다. 하지만 지난여름의 그 생기 가득했던 나는 온 데 간 데가 없었다.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난 후였다. 큰 아이의 일기 쓰기와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을 봐주고는 이제 한 숨 돌리고 내 책을 읽으려는데 아이들이 자기들 책을 읽어달라며 쫒아왔다. 남편에게 아이들 좀 봐달라고 하니 큰아이가 뿌루퉁한 얼굴로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맨날 공부만 하고 우리랑 놀아주지도 않고, 미워.”


이 아이가 지금 뭐라는 것인가?

그 힘든 와중에 나는 매일 아침 챙겨서 등원을 시켰고 밥을 차려줬고, 숙제를 챙겨줬고, 집안일도 하면서

학교에 산더미 같은 업무와 원격수업을 해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 다른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생각해보면 결국 그 모든 것들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었다. 내가 아이들과 했던 것은 노는 것이 아니라 숙제를 봐주고 학교와 어린이집 갈 준비를 챙겨주고 밥을 차려준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이 시키는 것들이었고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는 것들이었고 잘못하는 것을 찾아서 혼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해야 하는 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시간을 쪼개었고 결국엔 힘에 부쳤으니 짜증도 늘었을 터였다.


책을 읽고 있는 것도, 문서를 다듬는 일도, 수업 자료를 만드는 일도 아이의 시선에서 보면 책상에 앉아 안경을 쓴 엄마가 인상을 쓰며 말도 못 할 느낌으로 집중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깔끔하고 멋지게 한 시간 내에 완벽하게 일을 끝내면 좋으련만 능력 부족인 나는 그렇게 자정을 넘기기도 하고 밤을 새기도 했다. 그러니 아이의 눈에는 늘 수많은 책과 A4문서 더미에 갇혀 있던 지난가을 겨울의 나는 놀아주지 않는 재미없는 0점짜리 엄마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엄청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문제가 많았던 엄마였다.


아이의 그 한마디로 생각이 깊어졌고, 보다 시간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분명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사전에 미리 계획하지 않은 일들이 쏟아지지 않도록 나와 관련된 모든 상황의 것들을 내가 스스로 인지할 필요가 있었다.

내 인생의 제1의 목표가 좋은 엄마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열심히 자라나는 이 시기에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또 해야 하는 것들을 미뤄두고 내 욕심만 차릴 수는 없었다.


2021년의 목표와 역할을 정리하고 새롭게 세우는 일 그것이 너무도 절실했던 시간이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2020년의 나를 점검하고 반성해야 했다. 하루 동안은 이 일을 했다.


“한 치 앞을 몰랐던 2020년 1월에 세웠던 만다라 목표를 점검하고 관련 책을 찾아서 보다 유의미한 인생 설계를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결과를 보다시피 계획을 세운다고 다 뜻대로 잘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 유의미한 8가지 영역을 나누어 체계적인 꿈과 희망, 목표를 구상하는 것만으로 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들었다.”

- 2021년 1월 13일의 일기 중


 

그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만다라 차트 계획표를 완성하고서 나는 이런 일기를 끄적여놓았다.


“추운데 괜히 걸었어 싶게 집에 오기 전 편의점 쇼핑을 잔뜩 했다. 아이들 재우고 빅 웨이브 한 캔을 홀짝이며 당장 급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일들을 계획했다. 정리한 내용의 골자는 잘 비우고 넘치지 않게 채우는 것을 지속하는 것이다. 방학 중 목표한 가장 중요한 일을 해냈다. 작심 3일을 넘겨 일어나고 걸었으니 더 뿌듯한 밤이다.”  


마츠무라 야스오라는 작가가 쓴 만다라 차트 실천법을 읽고 그것을 적용해 여러 날 고민한 끝에 나의 인생계획을 세웠다.

만다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만다(manda 본질, 진수)에 라(la 소유)가 결합하여 생긴 말로 ‘본질을 소유한 것’, ‘깨달음을 완성한 경지’라는 의미였다.

다른 해와 다르게 이 계획을 세우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그것이 더 큰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정말 필요로 했기에 직접 만들었고 그 틀에 나의 것들로 채우면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지식을 직접 내게 적용시켰던 것, 그것이 1월에 했던 낯선 경험이었고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오늘은 2월 5일이다. 계획 수립이 어려웠던 것은 그만큼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었는데 실천이 되지 않으면 아무 쓸모없는 일이었다. 다행인 것은 요 이틀 반년이 넘도록 못 만났던 지인을 만나 걷고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다.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속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내가 세웠던 그 구체적인 계획표는 3월이 되면 내가 가장 자주 앉는 테이블 근처 벽면에 고정시켜 둘 생각이다.


왜 3월이 지나야 하나면 나름의 비밀 서프라이즈가 있기 때문이다.


새해가 지나 2월이지만

아직 설이 되지 않았기에

다시 시작할 지점으로 괜찮은 것 같다.

이제 다시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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