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증명

(창비 북클럽) 1. 정보훈 <시티 보이즈>와 나의 달리기

by 서사임당

“엄마, 엄마 제자가 드라마도 만들고 책도 써서 보냈어. 정보훈이라는 분한테 편지가 왔어. “


북클럽 창비에서 보내주신 첫 번째 책,

생각지도 못한 작가님의 귀한 편지와 함께

나는 얇지만 두근거리는 소설을 읽었고

드라마를 보는 듯 선명하게 그들이 그려졌고

그래서 다시 뛰었고 오랜만에 멈춘 글을 써본다.

매일 같은 코스지만, 매일 같은 달리기는 없다. 뛰는 순간마다 호흡은 다르고, 풍경은 변하고, 마음의 무게도 달라진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여전히 초보 러너다. 5km를 겨우 끌려가며, 심박수는 165를 넘나들고 때로는 173까지 치솟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정말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벅찬 순간마다, 오직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에만 몰두할 수 있다. 복잡한 걱정과 잡념은 바람에 흩어지고, 남는 건 단순한 기쁨과 자유뿐이다.


9월 17일, 런데이 첫걸음


교사의 급여일. 런데이 8주 도전에 성공한 환갑의 동료 선생님께서 기쁨의 떡을 교무실로 주문해 주셨다. 달달하고 쫀득한 앙꼬 절편을 먹으며, “8주 후에는 제가 떡 하겠습니다.” 외쳤다. 어플을 깔고 퇴근 후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런데이 첫 코스를 시작했다. 학교 근처 운하를 따라 해저터널을 통과해 해양공원에 이르는 길, 풍경은 더할 나위 없지만 만끽할 여유가 없는 심장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 겨우 완주했다. 내 곁에는 나를 어르고 달래는 기획님이 있었다. 나를 달리기의 세계로 초대한 전도사 같은 존재다. 새로운 공간을 함께 달리며, 몸은 무겁고 숨은 가빴지만 이상하게도 행복이 차올랐다.


9월 18일, 혼자 달리는 길


오늘 오전, 제부에게서 독도 그라폰도 신청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런데이에 입문하라고 초대했더니, 갑자기 영문 톡이 도착했다.

“To keep the body in good health is a duty otherwise we shall not be able to keep our mind strong and clear. (건강한 몸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그래야만 마음도 강하고 맑게 유지할 수 있다.) 누나, 지금부터 제 인생 모토입니다.”

오늘은 혼자였다. 익숙한 집 앞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길, 편안함이 온몸을 감쌌다. 갑자기 이어폰 속에서 런데이 러닝 친구가 된 제부가 내 달리기의 실황을 인지하고 응원 박수를 보내주었다. 닉네임 고장 난 기차님의 그 박수에 힘을 입었을까? 부드럽지만 단호한 런데이 코치님의 종료 안내에도 내게 더 달릴 힘이 남아, 스스로가 정한 한계를 넘어 오늘 8km를 완주했다. 어제 함께 달린 수빈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그녀는 부러움과 격려, 아낌없는 칭찬 샤워를 쏟아냈다. 학년부 회식이 끝난 뒤 본인도 동료와 함께 달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서로의 땀이 서로의 자극이 되고, 관계는 더 단단히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달리기는 늘 두렵다.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여름 수술로 인해 한 달여 러닝을 멈추었던 공백은 그 두려움을 더 키웠다. 그러나 두려움은 다시 용기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겁 없이 신청한 10월의 10km 마라톤을 중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 5일째 매일 몸을 던지듯 달리고 있다. 매일 나의 한계를 만나고 포기를 고민하며 여전히 숨은 차고 몸은 무겁지만, 내 의지로 다시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세상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수없이 많지만, 적어도 달리는 동안만큼은 내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 그 단순하고 명료한 진실이 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내 속도대로 달릴 때, 그 순간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해방의 기쁨이 곁의 사람과 나누어질 때, 달리기는 비로소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달리기는 결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곁에 늘어날수록, 그 길은 더 즐겁고 풍성해진다. 『시티 보이즈』에서 희재가 소설 속에서 증명했듯, 육상은 결국 단체 종목이다. 그리고 지금 내 작은 발걸음도, 그 증명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이야기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1등을 못하면 실패한 걸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이렇게 준비했는데 10km 완주를 못한다면? 물론 아쉽겠지만 괜찮다. 매일 내 한계와 마주하고, 숨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발걸음. 나의 달리기에는 오직 최선은 있고, 1등은 없다. 달리기를 통해 배우는 것이 너무 많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힘든데도 다들 뛸까? 좋으니까 그런 것이다.


나는 다음을 추천한다. 정보훈 작가의 소설 『시티 보이즈』를 재밌게 읽어보시길, 2025 하계 유니버시아드 육상 남자 400m 금메달 영상을 찾아보시길, 그리고 바깥에 나가 거리가 얼마가 되든 한 번 꼭 뛰어보시길 바란다.


달리기의 설렘은 달리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시작된다. 매일 같은 코스는 있어도 매일 같은 달리기는 없다. 턱까지 숨이 차오르고, 땀으로 운동복이 흠뻑 젖을수록 달리는 사람의 머릿속은 단순해지는 것을 넘어 명확해지고,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 걱정거리는 바람에 날아가고 즐거움은 배가된다. 신체 기능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마침내는 최대치로 끌어올려 결승선을 향하는 일. 그 자체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 달리기, 육상. 달림 뭐라고 불러도 좋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모여서 자신만의 달리기가 되고, 누군가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 정보훈 <시티 보이즈>, 39쪽


- 서평을 쓰려다가, 그냥 쓰고 싶은 글이 돼버린 글

keyword
작가의 이전글2월, 선생님의 학교 이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