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 외, <바다에 미래가 있다>를 읽고
『바다에 미래가 있다』는 청소년을 위한 해양과학 교양서로,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이고은 교사가 해양과학 각 분야의 전문가 네 명을 직접 찾아가 나눈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한 책이다. 바다는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한 바다를 ‘직업의 현장’이자 ‘질문의 장’,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1부 모든 생물의 고향, 바다에서는 심해 해양 생물을 연구하는 김웅서 박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심해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며, 그 깊은 바다 어딘가에 지구 밖 생명의 단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청소년 독자에게 과학자의 삶이 얼마나 도전적이고 흥미로운지 생생하게 전한다. 바다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곧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임을 이 장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2부 변하는 물고기, 흔들리는 생태계에서는 어류생태학을 연구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책임연구원 박주면 박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물고기의 생존 전략을 통해 기후 변화로 달라지는 해양 환경과 이동하는 어종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 부분은, 과학적 사실에 서사를 더해 독자의 이해를 깊게 만든다. 예전에 읽었던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이 책은 그 복잡한 사유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훨씬 친절하고 명료하게 풀어낸다. 이 장을 읽으며 바다를 사랑하고 물고기를 좋아하며, 물고기를 잡아 마주하는 순간 가장 행복해하지만 차마 먹지는 못하는 아들의 얼굴이 겹쳐졌다. ‘물고기를 아는 과학’에서 나아가 ‘물고기를 지키는 과학’으로 향해야 한다는 박주면 박사의 말은 단순한 연구 방향을 넘어, 우리가 어떤 태도로 자연을 대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처럼 오래 마음에 남는다.
3부 바다의 처방전은 제약학을 전공하고 해양 생물이 함유한 물질의 화학적 특성과 생물학적 기능을 연구하는 이연주 박사의 이야기다.‘바다의 처방전’,‘파도 속 약국’이라는 표현은 과학 이야기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하며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이 장을 통해 바다는 단순한 생태계의 터전을 넘어, 인류의 건강과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가능성의 보고임을 실감하게 된다.
마지막 4부에서는 바다가 그리워 해양학자가 되었다는 정찬주 박사가 기후 변화와 바다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위기에 처한 해양 생물들을 바라보며 과학을 이해하는 태도는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다고 그는 말한다. 단순히 정보를 아는 데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이 책의 결말을 단단히 지탱한다. “지금 우리가 함께 배우고 이해하려는 이 작은 마음이 언젠가 큰 변화를 만드는 시작점이 된다.”는 메시지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울림을 남긴다.
이고은 교사는 네 명의 과학자와의 만남을 통해 과학의 본질을 이렇게 정리한다.
과학이란 실패한 실험에서 다시 희망을 길어 올리는 일이며, 한 번 던진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일이고, 아직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길이라고. 그래서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바다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우리가 왜 행동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120쪽 사진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만약 이 책을 아들이 펼치게 된다면, 이 속에 너의 미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짧은 편지를 남겼다.
114쪽에서 박주면 박사는 말한다. 바다는 늘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다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 한순간도 같은 적이 없었다고. 물살과 빛의 결, 소리, 생물의 움직임까지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고. 나와 우리 가족 모두 바다를 보지 못하면 답답하고 울적해진다. 바다 없이 살 수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안다.
바다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가 있다.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바다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넓은 질문을 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바다를 잃는 것은 곧 미래를 잃는 일이다. 바다를 개발할 권리만큼, 지켜야 할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을 읽고 다양한 질문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Q1. 바다를 ‘연구 대상’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바라본다는 관점은 우리의 일상과 삶의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Q2. 이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과학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삶의 태도, 연구 내용)인가?
Q3. 과학을 ‘지식’이 아닌 ‘미래를 바꾸는 힘’으로 느끼게 만드는 지점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