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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mellperfumes Jul 04. 2022

향수에 대한 기본 지식 (1)

향수 사용법, 향수의 구조, 부향율, 보관 방법

들어가며


나는 지인들에게 향수 추천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이 때 늘 듣는 것이 향수 사용법, 향수 구조, 부향율, 보관 방법 이 네 가지에  관한 질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설명을 나보다 훨씬 우수하게 해 놨지만, 그래도 향수 관련 글을 적을 때 이 네 가지를 알지 못 하면 곤란한 일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간단하게 이걸 설명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 내용 설명을 위해 참고한 자료는 다 링크로 첨부할 것이다.




향수 사용법


사람들이 흔히 향수를 어디다 뿌려야 하는지, 뿌린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향수를 정수리에 뿌리는 경우도 봤는데 이런 경우 향수는 알코올이 주를 차지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모발을 건조하게 하여 모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므로 탈모가 올 수 있다.


보통 향수는 손목과 귀 뒤에 뿌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가슴, 팔꿈치 안쪽, 무릎 뒤 등에 뿌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미 체취가 강한 곳, 예로 겨드랑이나 발 같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체취와 많이 섞여서 좋지 않은 향이 날 가능성이 높다.


향수를 옷에 뿌리면, 피부에 뿌릴 때보다 옷감에 뿌렸을 때 향수가 더 서서히 증발하기 때문에 더 오래 간다. 그러나 향수의 수색이 어두운 색인 경우, 혹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흰색 등 밝은 색의 옷에는 변색이 되어 자국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어두운 색의 옷에 뿌리는 것을 추천한다.


또, 향수를 뿌리고 나서 손목을 비비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사실 추천하지 않는 습관이다. 분자를 해치기 때문은 아니다. 분자를 깨트린다는 것은 분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 사이의 결합을 부순다는 것인데, https://colognoisseur.com/perfume-mythbusters-the-silence-of-the-molecules/ 이 글에서 보듯이 분자 사이의 결합을 깨진 않지만, 향수를 더 넓은 면적에 얇게 바르는 행동이기 때문에 휘발성이 강한 탑 노트가 더 빨리 증발할 가능성이 높다. 각질이나 몸에서 생기는 기름기만 더 섞을 뿐이다. 그러므로 향수를 뿌리고 나서 톡톡 가볍게 두드리거나 아니면 증발하게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건조한 피부를 가져서 향수가 빨리 날아가버리는 경우, 향이 없는 로션 등을 사용해 향수를 뿌릴 부위에 얇게 도포한 후 뿌리면 향이 좀 더 오래 남는다. 가장 흔하고 찾기 쉬운 것은 바셀린이다.





향수의 구조


대부분의 향수는 탑/헤드, 미들/하트, 그리고 베이스 노트로 구성되어 있다.


피라미드의 위가 탑/헤드, 가운데가 미들/하트, 밑이 베이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사진 및 자료 출처: https://www.galimard.com/en/blog/what-is-olfactory-pyramid)


향수는 여러 화학 분자가 섞여 있는 물질인데, 물질이 제각각 다른 휘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먼저 날아가는 향이 있고 나중까지 꿋꿋하게(?) 남아있는 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향수를 뿌렸을 때, 시간에 따라 주로 맡을 수 있는 향이 변한다. 물론 이런 규칙에 따르지 않는 향수들도 있으나, 단선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향만 나면 착용한 사람이 질리거나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있으므로, 보통 처음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에 조금씩 다른 향이 나곤 한다.


탑 노트, 혹은 헤드 노트는 휘발성, 즉 액체가 기체로 변화하는 성질이 가장 강한 향이 주가 되곤 한다. 뿌린 그 순간부터 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알데히드, 레몬과 베르가못 같은 시트러스류 과일, 풀이나 나무 잎사귀를 연상시키는 그린 향조 등이 주로 이런 탑 노트에 쓰인다. 사람에 따라, 그리고 날씨에 따라 탑 노트가 얼마정도 지속되는지가 달라지는데 보통 15분 정도, 길면 30분 정도에 탑 노트는 다 날아간다. 나 같은 경우 베이스 노트를 잘 증폭시키는 체질이기 때문에 같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Y와 비교했을 때 탑 노트가 굉장히 빨리 날아가는 것을 느낀다. 3분도 안 되어서 다 날아가버린 적도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탑 노트에 사용되는 향은 앞에서 말했듯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빈티지 향수를 샀을 때 잘못된 보관이나 세월의 흐름 때문에 탑 노트가 망가진 경우가 많다. 알데히드 같은 경우 약간 아세톤 같은 향으로 변질된다. 이 때문에 탑 노트에 많이 쓰이는 시트러스나 그린 향조가 주가 되는 향수를 빈티지로 구할 때에는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변질되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로, 4711 오 드 코롱의 경우 늦어도 1799년대부터 만들어진 향수인데, 당시 코롱은 주로 허브나 시트러스류의 향이 주였기 때문에 괜히 비싼 돈 들여서 존재하는지도 의문인 이 향수의 18세기 버젼을 사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미들 노트, 혹은 하트 노트의 경우 향수의 특징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탑 노트가 에세이로 치면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첫 문장이라면, 미들/하트 노트의 경우 에세이에서 다루는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는 그야말로 어떤 향이건 다 들어갈 수 있다. 탑 노트가 날아가면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보통 20~30분 후부터 나타나서 4~6시간 정도 지속된다. 물론 이건 대략적인 것이고 향수의 부향율과 유형, 체향에 따라 더 오래, 혹은 더 짧게 지속될 수도 있다.


베이스 노트는 한국에서는 하향 혹은 잔향이라고들 많이 부르는데, 휘발성이 낮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천천히 날아가며 향의 그림자를 착용한 자에게 남겨두곤 한다. 이 노트의 목적은 물론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있지만, 많은 경우 향을 뿌린 물체 위에 "고정", 즉 향이 너무 빨리 날아가지 않게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베이스 노트에 들어가는 향은 우디한 나무향, 애니멀릭한 머스크(사향)이나 시벳, 바닐라향, 앰버향(이건 송진이 만들어져서 구성되는 호박석과는 전혀 상관없는 향이다), 나무의 진으로 만들어지는 레진향 등이 있다. 미들/하트 노트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베이스 노트의 향이 주로 나기 시작하는데, 이게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아까 전에 말했듯이 다 다르다. 나는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난 후에도 베이스 노트가 남아서 계속 코에 감돈 적도 있고, 다른 경우에는 너무 싫어하는 향이 나서 샤워를 두번씩이나 했는데도 베이스 노트가 굉장한 끈기와 지속력으로 남아서 괴로웠던 적도 있다. 빈티지 향수의 경우 베이스 노트가 숙성되면서 더욱 아름답고 진하게 바뀌는 경우가 있다. 주로 샌달우드나 바닐라가 이런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예로 탑 미들 베이스 노트가 레몬, 장미, 패츌리라고 했을 때, 레몬향만 계속 나다가 갑자기 특정 시간이 되면 뿅하고 장미향으로 변하고, 그러다가 장미향이 다시 뿅하고 사라져서 패츌리향만 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한 향수를 뿌렸을 때 위의 사례를 예시로 들면 탑 노트인 레몬향이 가장 많이 난다고 해서 장미향이나 패츌리향이 아예 안 나는 것은 아니다.




EDC, EDT, EDP 등등


향수를 살 때, 보통 오 드 코롱, 오 드 뚜왈렛, 오 드 퍼퓸 등의 단어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걸 줄여서 EDC, EDT, EDP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같은 향수인데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향수 안에 향 오일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즉 부향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향 오일이 더 많이 들어갈 수록 향의 확산력(얼마나 멀리서 향이 느껴지는지) 향의 지속력(얼마나 오래 향이 나는지) 달라진다. 여기까지만 읽고 부향율에 따라 같은 향인데 향이 덜 난다/더 난다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부향율에 따라 향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예로, 오 드 코롱은 잠시 기분전환하게, 상쾌하게 만드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가볍고 상쾌한 탑 노트를 강조한다. 반면 오 드 퍼퓸이나 퍼퓸 엑스트레 같은 경우에는 좀 더 무겁고 오래 가는 베이스 노트가 주가 된다. 가격도 부향율이 더 높은 향수가 더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향율이 높은 향수가 꼭 더 지속력이나 확산력이 좋지는 않다. 처음부터 가볍고 확산력/지속력이 낮은 향수였으면, 부향율이 높아도 마찬가지로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이 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현재에 와서는 이런 구분을 하지 않는 향수 브랜드들도 많다. 그러나 어쨌건 빈티지 향수를 좋아하는 경우는 물론 어떤 방식으로 향수를 좋아하건 이런 용어와 마주치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가장 부향율이 높은 향부터 낮은 향까지를 정리할 것이다. (참고자료: https://www.nytimes.com/2018/07/12/smarter-living/differences-perfume-cologne-fragrance.html, https://fumerie.com/blog/fragrance-concentrations-everything-you-ever-wanted-to-know )


퍼퓸 엑스트레/퍼퓸 (Parfum extrait/parfum)


가장 부향율이 높은 향수로, 보통 15%~40% 이상의 향 오일이 들어간다. 60년대 이전에는 퍼퓸 엑스트레란 조향사의 원래 의도에 가장 걸맞는, 뭘 표현하려 했는지 보여주려는 향수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좀 더 가벼운 버젼의 향수들은 조수가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제일 확산력이 강하고 지속력이 강한 향수였기 때문에, 공공장소 등 일상생활에서 쓰기 힘들어서 찾는 고객들이 감소하게 되었고, 현재에 와서는 아예 안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니치, 혹은 인디 브랜드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고, 겔랑, 샤넬 같은 경우에도 특히 오래된 클래식 향수의 퍼퓸 엑스트레 버젼을 팔고 있는 경우가 존재하며, 빈티지 향수의 경우 오 드 코롱 보다는 퍼퓸 엑스트레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다.


에스피리 드 퍼퓸 (Espirit de parfum)


현재는 거의 안 쓰는 표기인데, 그래도 빈티지를 찾다 보면 가끔 나오는 용어여서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대강 30%정도의 부향율을 가졌으며, 엑스트레와 오 드 퍼퓸 사이 어딘가에 들어간다. 80년대에 디올에서 이 표기를 쓴 향수를 내며 이 표기를 쓴 향수들이 늘어났었다.


스와 드 퍼퓸 (Soie de parfum)


이 역시 현재는 거의 안 쓰는 표기인데, 역시 빈티지를 찾다 보면 나오는 용어다. 대략 15~18% 정도의 부향율을 가졌으며, 엑스트레와 오 드 퍼퓸 사이 정도의 부향율을 가졌다. 에르메스에서 특히 깔레쉬를 이 표기를 쓴 채 판매하곤 했다.


오 드 퍼퓸 (Eau de parfum, EDP)


오 드 퍼퓸은 15~20% 정도의 부향율을 뜻한다. 즉 퍼퓸 엑스트레보다는 낮은데 그래도 오 드 뚜왈렛보다는 높은 부향율을 가진 향수고, 현재 대부분의 향수 브랜드에서 오 드 퍼퓸을 만들고 있다. 엑스트레보다는 비교적 탑 노트와 미들 노트에 더 방점을 찍은 향수인데, 본래 엑스트레는, 빈티지 향수를 찾다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스프레이 형태가 아니라 향수를 특수 도구(dabber 라고 부른다)에 묻혀 피부에 바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인권이 향상되고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런 식으로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구식이라고 생각되었으며, 때문에 사람들이 간편한 스프레이 형태면서도 오 드 뚜왈렛보다는 오래 가는 형태의 향수를 찾기 시작하였다. 대략 80년대부터 이런 표기가 대중화되었다.


퍼퓸 드 뚜왈렛 (Parfum de toilette)


오 드 퍼퓸과 같은 부향율을 표기하는 단어다. 겔랑, 디올, 까롱, 기타 등등 여러 회사에서 많이 쓰였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빈티지 향수를 구입할 때 퍼퓸 버젼이 너무 비싸면 차선책으로 선택하곤 한다. 대략 90년대 중반에 겔랑이 퍼퓸 드 뚜왈렛이라는 표기를 포기하고 오 드 퍼퓸이라는 표기를 차용하기로 시작하며 현재 와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계속 이 글에서 현재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데, 이건 내가 혹시 모르는 어딘가 인디 브랜드에서 이런 표기방식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지, 이런 표기를 지금까지도 고집하는 브랜드는 일반적인 독자들이 접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 드 뚜왈렛 (Eau de toilette, EDT)


오 드 뚜왈렛은 보통 5~15%의 부향율을 가지고 있다. 오 드 퍼퓸보다는 좀 더 가벼운 느낌을 주기 위해 탑 노트와 미들 노트를 강조하는데, 나는 사실 중학생 때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 toilette 이라는 단어를 보고 "변기 물?..." 이라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toilette은 그런 뜻이 아니라 프랑스어로 원래 드레싱 룸을 뜻하는 단어였으며(화장실이라는 단어에서 '화장'을 생각해보면 쉽다) 변기라는 뜻이 아니라 몸단장을 하는 것을 지칭한다. 오 드 뚜왈렛은 예전에는 비싼 향수를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편으로 생각되었으며, 비교적 가볍고 상쾌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혹은 낮에 좀 더 부담감 없이 쓰는 용도로 생각되었다. 어떤 빈티지 향수의 경우 오 드 뚜왈렛이라고 써놓지 않고 향수 이름 앞에 eau/eau de 라고 적어놓기도 한다. 좋은 예가 랑방 아르페쥬인데, 오 드 아르페쥬라고 써놨다가 나중에는 그냥 아르페쥬 오 드 뚜왈렛이라고 표기했다.


오 드 코롱 (Eau de cologne, EDC)


현대에 와서 오 드 코롱은 보통 3~5%의 부향율을 가진 향수를 의미한다. 지속력이 짧기 때문에 가볍고, 지치면 기분전환용으로 상쾌하게 하기 위해 부담감 없이 뿌리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가격이 더 저렴하고, 그럼에도 양이 많은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많은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빈티지 향수로 가면 간단해 보이는 이 용어가 굉장히 혼란스럽게 쓰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먼저, 오 드 코롱은 직역하면 "쾰른의 물"이라는 뜻이다. 1709년, 쾰른에서 지오반니 마리아 파리나 라는 사람이 베르가못, 네롤리, 오렌지 블로섬 등을 섞은 가볍고 상쾌한 향수를 만들고 오 드 코롱이라 이름을 붙인 후 팔았는데, 이게 대유행을 했다. 그러면서 다른 조향사들도 자신만의 "오 드 코롱"을 만들기 시작했다. 즉 오 드 코롱은 원래 시트러스류가 주가 되는 하나의 향수 유형을 뜻하던 말이었다. 겔랑의 오 드 코롱 임페리얼, 펜할리곤스의 오 드 코롱 등을 보면 18세기의 한 이탈리아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기에 조향사들은 자신이 만든 향수의 좀 더 가볍고 싼, 부향율이 낮은 버젼을 오 드 코롱이라 부르며 팔기 시작했고 이게 현재 와서는 부향율을 알려주는 표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 유의해야 할 것이, 미국에서는 코롱/오 드 코롱이라는 단어가 남성용으로 나온 향수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것은 향수가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미국 남성들이, "향수"를 뜻하는 "퍼퓸"이 들어간 단어에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퍼퓸"은 여성적인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이 남성들은 남성용으로 나온 향수를 코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며, 그래서 부향율이나 향수 유형과 상관 없이 "코롱"이라고 남성용 향수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오 프레쉬 (Eau fraîche)


오 프레쉬는 보통 1~3%의 부향율을 가진 향수다. 상쾌하고, 짧은 시간동안만 나는 것이 목적이므로 지속력이나 확산력은 그렇게 좋지 않다.


이 외에도 빈티지 향수의 경우 지금은 안 쓰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지 못한, 생소한 표기를 쓰는 경우가 있다. Voile de parfum, eau timide, eau parfumée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예로 세르주 르텐의 페미니떼 드 브와는 원래 시세이도에서 나왔고, edp 버젼과 eau timide 버젼이 있다. 후자는 오 드 퍼퓸보다 가볍고 신선하며 여름용 향수로 쓰이던 것이다.


빈티지 향수를 구할 때, 나는 개인적으로 부향율이 낮은 버젼의 경우 탑 노트에 더 방점을 두었기 때문에 더 향이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선호하지 않지만, 퍼퓸 엑스트레의 경우 비싸기도 하고, 어쨌건 강렬한 향이 계속 나기에 좀 더 가볍고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향수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오 드 뚜왈렛이나 오 드 코롱 버젼을 찾기도 한다. 하나 짚고 넘어가야 것은, 빈티지 향수의 경우 현재의 여러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고 부향율에 대한 체계가 잡히기 전이었기 때문에 뚜왈렛이나 코롱을 사도 현재의 퍼퓸보다 지속력이 좋은 경우가 있으며, 그걸 떠나서 가볍고 상쾌한 향수를 선호하는 취향이 그렇지 않은 취향보다 더 열등한 것도 아니니, 빈티지 향수를 골라볼 때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부향율을 고르기 바란다.




향수 보관법



햇빛에 노출되어 수색이 아름답게 비치는 향수 광고


향수 병은 예쁘다. 향수의 수색이나 병 자체의 색깔과 결합하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창가나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놓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영롱한 색이 방 안에 이리저리 반짝이는 것을 보며 일어나고 싶은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많은 향수 광고에서 향수의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향수병에 햇빛이나 기타 조명이 비치고, 수색이나 병이 빛나며 그림자와 극적으로 대비되어 보기 좋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향수는 빛을 받으면 예쁘니까, 나도 사면 저런 방식으로 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놓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


이건 향수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당신이 비싸게 돈 주고 산 니치 향수, 혹은 빈티지 향수, 1년도 못 가서 변향이 올 수 있다.


향수는 빛과 열과 습기에 약하다. 좋은 와인은 와인 셀러에 넣고 고급 참기름은 주방의 서랍 안쪽에 넣어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향수 역시 햇빛이나 다른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 시원한 공간, 그리고 건조한 공간에 놨을 때 가장 좋다. 향수를 뿌리는 행위가 몸단장의 연장선상이므로 화장실에 놓는 경우도 봤는데, 화장실은 습할 뿐만 아니라 샤워를 하는 등 급격한 온도변화가 자주 있는 곳이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제일 좋은 방법은 원래 향수와 함께 온 포장용 박스 안에 넣는 것인데, 특히 빈티지 향수의 경우 박스에 적힌 코드나 여러 다른 설명글에서 몇년도 즈음의 제품인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포장용 박스가 있는 경우 버리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옷장 안이나 서랍 안 같은 곳에 놓는 게 일반적이고, 어떤 경우에는 와인 셀러나 냉장고 안에 넣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수를 진열하고 싶다면, 향수병을 사서 색을 탄 물을 첨가하거나, 빈티지 향수의 경우 factice 혹은 dummy 라고 쓰여져 있는 것들이 있다. 이건 실제 향수가 들어있는 게 아닌, 백화점 등에서 진열대에 놓기 위한 향수병이고 안에 색을 탄 물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수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진짜 향수건 진열용 factice 이건 높은 곳에는 두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떨어져서 깨지는 경우도 있으며, 무엇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향수병을 누군가 머리에 맞아 큰일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향수를 흔드는 것은 특히 빈티지 향수의 경우 산소에 닿는 면적이 늘어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이러면 향수 안에 있는 성분들이 산소에 노출되어 더 빨리 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흔들리지 않게 보관하되, 만약 들고 다니며 계속 뿌려야 할 일이 생긴다면 많은 브랜드에서 트래 사이즈라고 해서 10ml, 7.5ml, 30ml 등의 휴대용 사이즈를 판매하며, 혹은 직접 소분해서 작은 스프레이 병에 넣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소분은 초보자가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스프레이 형식의 향수병 같은 경우 스프레이용 노즐이 쉬이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추가: 이것은 소위 "안정화"하고는 관련이 없다!!! 만약 향수병 안에 향수로 가득차 있으면 흔들건 말건 상관이 없다. "안정화"라는 개념을 나는 한국 외 다른 나라 향수 정보 사이트에서 본적이 없다. 향수는 이미 어느정도 섞여 숙성된 상태에서 팔리는게 일반적이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향수는 흔들어도 분자간 연결고리가 깨지거나 이러진 않는다. 다만, 빈티지 향수의 경우 가득 차 있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이라, 산소에 노출될 여지를 줄이는 것이라고만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그러니 조금 흔든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아주시면 좋겠다.




끝맺으며


첫 향수를 샀을 때, 두근대고 설레여서 즐거웠던 적이 있다면, 그 이후에 들이닥치는 여러 의문,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보관해야 하는지, 이 작은 영문 글씨는 대체 뭘 말하는 건지에 대한 혼란 역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대에 들어와서 많은 향수가 접근성이 낮아져서 쉬이 구할 수 있고, 비싸지 않은 향수도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아직 부족하고, 많은 사람들이 막막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기본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보 역시 정리하여 설명해 놓을 필요성을 느꼈다. 당신이 향수를 몇년간 사용해온 베테랑이건, 아니면 향수에 대해 관심만 막 생기기 시작한 초심자이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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