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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mellperfumes Jul 06. 2022

향수에 대한 기본 지식 (4)

이건 무슨 향일까-앰버, 애니멀릭, 파우더리

5. 앰버 계열


앰버 계열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일단 여기에서 쓰이는 앰버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오리엔탈이라는 예전 이름이 퇴출되었는지에 대해 잠시 설명하고 넘어갈 것 같다.


먼저, 앰버 향은 사람들이 흔히 보석이나 화석을 연구할때 쓰는 호박석에서 추출한 향이 아니다.


호박석 앰버.


앰버는 일종의 "추상적인" 노트로서, 호박석의 부드럽고 따스한 색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이다. 보통 바닐라, 벤조인, 라다넘을 합성해서 만들어낸 향이고 여기에 발삼과 통카빈이 들어가기도 한다. 가끔 앰버 향을 호박석에서 추출한 향이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은 아예 틀린 말이기에 여기에 명확히 하기 위해서 써 놓는다. 벤조인, 라다넘, 발삼은 모두 식물의 진을 추출한 것인데, 벤조인의 경우 때죽나무과의 나무에서, 라다넘의 경우 락로즈라고도 부르는 시스투스과 식물에서, 발삼의 경우 여러 식물에서 추출하는 수지를 포괄적으로 부르는 단어다. 이 때문에 향수가 발사믹하다는 말을 했을때, 발사믹 식초나 소스와 헷갈릴 때가 있는데, 발사믹/레진향이 난다고 하는 것은 주로 약간 우디하면서도 달콤한 진액같은 향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앰버라고 지칭하는 향이 더욱 헷갈리는 이유는 향수에는 앰버그리스, 혹은 용연향이 쓰이기 때문이다.


용연향(앰버그리스).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peterkaminski/128588176/


앰버그리스는 향유고래가 배출한 물질으로서, 향유고래는 대왕오징어 등 두족류를 먹고 사는데 이들의 뼈나 부리 부분이 장에 걸리게 되면 몸에서 특수한 물질을 배출해서 아프지 않게 감싸다가 배변활동을 통해 나오게 된다. 이게 바다에서 얼마나 오래 떠다니면서 산화하고 변하는지에 따라 앰버그리스의 색 및 향, 그리고 가격이 변하는데, 오래될수록 더 색이 옅어지고 분변같은 향이 줄어들며 비싸진다. 앰버그리스를 그냥 앰버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차피 사람들이 접하는 대부분의 향수에서는 가격 측면의 이유 때문에 진짜 앰버그리스가 들어가지 않고 앰버그리스의 향을 합성해서 낸 것이 들어간다. 여기에서는 앰버그리스가 아닌 앰버에 대해 설명하겠다.


그렇다면 예전의 오리엔탈이라는 단어는 왜 사장되고 앰버, 혹은 앰버리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오리엔탈이라는 단어는 (겔랑사에 의하면) 겔랑의 샬리마로 인해 이 계열의 향수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당시 1900년대 초기 서양은 동양, 특히 중동과 남아시아에 대한 여러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관능적이고, 성적으로 자유롭고, 신비하고, 사치스럽고, 향략에 젖은 동양의 이미지를 향수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샬리마라는 이름 자체가 무굴제국의 황제인 샤 자한이 사랑하는 왕비 뭄타즈 마할을 위해 지은 정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1939년 샬리마 포스터. 출처: https://miccaeli.medium.com/le-lion-de-chanel-shalimars-dark-mirror-95d8e3525f08


이 때문에 동양에 대한 편견이 고착화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 시리즈에서 지금 레퍼런스로 쓰고 있는 마이클 에드워즈의 향 유형 분류 체계의 경우에 2021년부터 오리엔탈이라는 단어 대신 앰버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때문에, 앞으로 서양 향수 계열에서도 오리엔탈이라는 단어 대신 앰버, 혹은 앰버리라는 단어를 쓸 것 같으므로 이 글에서는 오리엔탈이라는 단어 대신 앰버라고 적겠다. 덧붙이자면, 오리엔탈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실 초보자에게는 이게 대체 무슨 향인지 감을 잡기 어려운 단어기도 하다. 머릿속에 가상의 20세기 초반 서유럽에 살던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남성을 만들어낸 후 이 사람이 어떻게 동양을 봤을까 하고 역사, 문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오리엔탈"이라는 향수 계열에는 바닐라 등은 들어가지 않았거나 소량만 존재하지만 스파이시한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향수, 그리고 바닐라와 레진으로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 나는 향수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오리엔탈은 크게 도움이 되는 용어가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마이클 에드워즈의 앰버 계열 분류로 들어가면, 소프트 앰버, 앰버, 우디 앰버라고 적혀 있다. 소프트 앰버의 경우 앰버만큼 무거운(애니멀릭, 바닐라, 레진향 등)향이 덜 들어갔고, 보통 인센스 향을 꽃향과 향신료와 섞어 따스한 느낌을 준다. 앰버의 경우, 여러 향신료와 레진, 바닐라, 머스크 등 비교적 무거운 향이 섞여 있어서 더욱 따스하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우디 앰버의 경우 위의 앰버향에 우디향을 추가하여, 우디한 느낌이 주가 있으나 앰버 특유의 레진향과 바닐라, 머스크 등 무거운 향이 섞여 들어가 우디향에서 쉬이 느낄 수 있는 건조하거나 숲 느낌보다는 더 따스한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개인 소장중인 70년대로 추정되는 빈티지 겔랑 샬리마 퍼퓸 엑스트레.


6. 애니멀릭 노트


엄밀히 말해서 애니멀릭하다는 것은 마이클 에드워즈의 향 분류에 따르면 따로 계열이 나눠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향수를 처음 사는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단어기 때문에 여기서 부연설명을 하기로 선택했다. 애니멀릭한 노트는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의 털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쉬었을 때 나는 향, 혹은 사람의 체취와 비슷한 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소나 말같은 커다란 가축이 땀을 흘릴때 내는 향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왼쪽 위부터 사향노루(머스크), 사향고양이(시벳), 향유고래(앰버그리스, 또는 용연향), 바위너구리(하이라시움?), 비버(캐스토리움 혹은 해리향)

머스크, 시벳, 앰버그리스, 캐스토리움, 하이라시움(? 발음은 이렇다. 한국 웹에서 딱히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은 대표적으로 애니멀릭한 뉘앙스를 낼 때 사용하는 재료다.


사향노루의 경우 고대부터 사향을 채취하기 위해 향료로 아주 오래 쓰였다. 사향노루에서 사향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노루를 죽일 수 밖에 없는데, 현재는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주하는 향수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고 봐도 된다. 가끔 한약방에 가면 사향을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아주 구하기 힘들다. 하물며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향수의 경우 사용이 불가하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사향의 화학적 구성을 연구해서 무엇이 머스크향을 나게 하는지 알아보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는 인공 머스크, 혹은 합성 머스크가 향수에 쓰이고 있다. 이 합성 머스크는 화이트 머스크라고도 하고, 노루에서 추출한 자연 머스크, 즉 블랙 머스크와 대비하여 사용한다.


사향고양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시벳이라고 불리는 애니멀릭한 향료를 만들어낸다. 이것을 채취하기에 사향고양이를 죽일 필요는 없는데, 문제는 사향고양이가 스트레스받을 경우 더 강한 향을 내는 시벳을 더 많이 뿜기 때문에 학대행위가 이루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 역시 합성 시벳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향수에서는 동물에서 추출한 시벳이 들어가 있지 않다.


위 앰버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뤘듯이, 향유고래는 앰버그리스를 만들어내는데 역시 대부분의 향수에는 자연에서 주운 앰버그리스가 들어가 있지 않다.


하이라시움(? 한국어 표기법이 시급하다)는 사향노루나 사향고양이와 달리 바위너구리가 몸에서 만들어내는 물질을 직접 채취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바위너구리의 배변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배설물이 오랜 시간 딱딱하게 굳으면서 만들어진, 구아노와 비슷한 돌 같은 성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버의 경우 캐스토리움을 생성해내는데, 지금도 야생 비버를 잡아서 캐스토리움을 채취하곤 한다. 어떤 경우에는 비버를 죽이고, 어떤 경우에는 마취한 후 캐스토리움을 생성해내는 향낭을 제거한 뒤 놓아준다.  그러나 캐스토리움 역시 합성향 대체제가 있고, WWF에서 금지한 품목 중 하나다.


이 이외에도 애니멀릭한 노트는 머스크 말로우(사향아욱)라는 식물, 코스터스루트라는, 솜나물속의 식물뿌리, 쿠민(쯔란)등 여러 방식에서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사족이지만, 레더향 같은 경우에도 진짜 가죽에서 뭔가 향을 채취해내는게 아니라 대부분이 합성향이다.


7. 파우더리 노트


파우더리 노트 역시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다. 쉽게 설명하면 존슨스 베이비 파우더나 분가루처럼,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향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이올렛, 아이리스, 미모사, 헬리오트로프(보라색 꽃이 피는 식물인데, 특이하게 바닐라향같은 향이 난다), 특정 종류의 머스크 합성향 등에서 파우더리함을 느낀다.




끝맺으며


이 글을 쓰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노력했으나, 모든 설명문이 그렇듯 내가 빠트리고 설명을 안한 부분도 있을 것이며, 혹은 이걸 읽었는데도 이해가 잘 안 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향을 글로 설명하는 것의 한계와 더불어 내 글쓰기 실력의 한계라고 해두자. 아무튼, 대표적인 향수 계열과 노트를 적어봤는데, 앞으로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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