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손녀가 8월 중순에 초등학교 3학년에 안착했다. 학교생활에 무난히 적응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6월 어느 날인가 매주 주어지는 수학 문제집을 반만 풀고 나머지는 숙제로 들고 왔다. 할아버지와 같이 풀어보자고 한다. 세 자릿수를 한 자릿수로 나누는 문제들로 가득하다. 몫과 나머지를 계산하는 문제들이다.
867÷7과 같이 각 단위 숫자가 나누는 수보다 크게 되는 경우는 금방 풀어간다.
8에 7이 1개 들어가니 몫은 1, 나머지 1.
다음 순서는 나머지 1과 아랫자리 수 6, 즉 16을 7로 나누는 것이 되니, 16에는 7이 2개 들어가서(2번 뺄 수 있어서) 몫은 2, 나머지 2.
다음 순서는 나머지 2와 다음 아랫자리 수 7 즉 27을 7로 나누는 것이 되고, 27에는 7이 3개 들어가니(3번 뺄 수 있어서) 몫은 3, 최종 나머지는 6이 된다.
종합하면 867에는 7이 123개 들어가고(123번 뺄 수 있고) 마지막에 남는 나머지는 6이 된다. 나누기는 순서에 따라 아주 잘한다.
그런데 767÷7이 나오니 할아버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워낙 첫째 손녀는 할아버지를 잘 놀려먹어서, 처음에는 놀려먹으려는 줄 알고, 867÷7처럼 계산하면 되니, 계산해 보라며 몇 번 윽박질렀다. 급기야는 손녀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고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정말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같이 풀어보면서 무엇이 손녀를 혼란스러워하는지 알았다.
우선 7에는 7이 1개 들어가고 나머지가 0.
다음 순서로 나머지가 0과 아랫 자릿수 6, 즉 6을 7로 나누어야 되는데 여기에도 7이 들어가지 못하니 몫은 0, 나머지는 6이 되는데, 여기가 혼란스러움의 시작점이다.
0이 개념이 낯설어서다.
다시 순서대로, 아랫자리 수 7이니, 67이 되고, 여기에는 7이 9개 들어가니 몫은 9, 나머지는 4가 남게 된다. 767에는 7이 109개 들어가고 나머지 4라고 설명해도, 할아버지가 무슨 말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한다. 난감하다.
867÷7은 잘 계산하는데, 767÷7는 계산을 못한다.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그래서 고안해 낸 할아버지의 설명은 이렇다.
“7÷7은 몫이 1이고 나머지는 0이 된다. 그래서 나머지를 적어주는 곳에 0을 적어주면 된다. 0도 숫자다.
다음 아랫자리 수가 내려와 06이 된다. 그런데 06 즉 6에는 7이 못 들어가니 몫은 0, 나머지는 6. 다음 6과 아랫 자릿수 7이 내려와 67이 되고, 67에는 7이 9개 들어가니 몫은 9 나머지는 4가 된다.
차례로 나누어 나갈 때 나머지가 없으면 0도 숫자니 함께 쓰면 된다. 즉 06과 같이.
그러면 867÷7처럼 2 자릿수를 만들어 나누는 것처럼, 규칙대로 계산하는 것이 되니 착오가 없고 이해도 쉽다.” 아빠 엄마한테 더 배웠을지 모르지만, 그 후에 나누기는 다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니, 다행이다.
사실 수학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는 이런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수학도 따지고 보면, 복잡한 사회현상을 단순하게 설명하려는 선각자들의 노력에서 만들어진 언어 체계 일거다. 손녀와 수학 숙제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모두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행위를 단순하게 설명하려고 만든 언어일 거라고. 수학도 역시 문해력이 좋아야 접근하기 쉬워지는 이유일 것 같다.
손녀가 다음에는 분수를 배운다고 한다. 할아버지한테 예고하면서 수학이 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 왈, “더하기(덧셈), 빼기(뺄셈), 곱하기(곱셈), 나누기(나눗셈)는 ‘무엇을 하기’ 즉 무엇을 하는 행동이지만, 분수는 1, 2, 3처럼 수에 해당한다”라고 미리 언질은 주었다. 얼마나 알아 들었을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