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자리에 가고, 가고 싶지 않은 자리에 안 갈 자유
우선 몸살 기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기있는 맛집이어서 사람이 많고 시끄러웠습니다. 또 하나 더 이유를 찾자면 그 날 모인 사람들 중에 저녁을 같이 한 건 처음인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입니다. 찾고자 한다면 다른 이유도 더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온전한 이유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그 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화에 거의 끼지 못하고 몇 시간을 겉돌았습니다. 직장 상사가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시간을 내어준 건 분명 특별한 기회입니다. 그리고 그 상사는 저를 잘 알고 나름 가깝게 대해주셨고, 늘 제 일을 안타까워하시던 분입니다. 다른 분들도 잘 어울리지는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아는 분들이고 훌륭하고 성격도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거의 말없이 고기만 굽고 있으니까 말 좀 하라는 얘기를 몇 번 들을 정도로 그 날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냥 너무 저녁 자리의 분위기가 저랑 안 맞게 느껴졌고 어색했습니다.
즐거우려고 사람 만나는 거고 어울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거라면 저하고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물론 저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떠드는 것도 좋아하고, 맛있는 것 먹으면 좋습니다. 그러나 자리가 즐거울지 아니면 어색할지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정되는데 일단 술을 안 마시기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조합도 중요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술 안 마시면서 그냥 히히덕거리는 이야기를 몇 시간 듣는 건 어떤 경우에는 어렵거든요. 다 그런건 아니지만 예전에 자신의 시간이 소중해서 사람을 거의 안 만나고 비서관과 둘이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부분 드신 모 장관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젠 저도 제 시간을, 제 인생을 어떻게 쓰고 무엇을 채울지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인생과 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인생이 소풍같은 것이라면 제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과 사람에 쓰는 게 좋습니다. 사람은 아무 일 없이 계속 살 것 같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는 존재입니다. 유한하면서도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오늘 하루를 살아가하면서 늘 잊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다시 그 모임으로 돌아가서 저는 그날 어색하고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다른 어떤 저녁 자리는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다른 저녁 자리는 가겠다고 했습니다. 저한테 잘 해주지도 있는 이 조직에서 제가 굳이 조직에 혹은 그 안의 사람들에게 맞춰서 살 필요는 없으니 그저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있고 즐거운 자리만 가고 싶고 그렇게 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