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신혼집을 꾸미며
내가 20대 때, 결혼하는 언니 오빠들을 보며 궁금했던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아무리 친한 연인 사이였어도 결혼 후 한 집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할지 궁금했다. 결혼은 잠깐의 여행을 가는 게 아니기에 서로 맞춰야 할 일도 많고, 또 나 혼자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가는 것 마저도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거기에 '남편'이라는 생에 첫 존재가 생긴다는 게 너무 어색할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20대이기에 가능했던 순수한 호기심이다.
우리를 돌이켜보면 정말 너무 빠르게 결혼생활에 적응하고 편안해졌다. 이미 같이 오랜 시간을 살아온 것처럼. 그냥 '서로 잘 맞아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이렇게 편안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 많은 부부가 그러하겠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더 깊어졌던 것 같다. '결혼 준비'는 단순히 집을 알아보고, 살림을 채우고, 스드메를 고르고와 같이 겉으로만 보이는 과정이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건 정말 부수적인 과정일 뿐, 진짜 '결혼 준비'란 그 과정을 통해서 둘이 타협하고, 수많은 의사결정을 함께 하며, 책임을 같이 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이 되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결혼 준비를 할 때, 작은 것 하나까지도 함께 고민하고 결정했다. 많은 부부들이 일정 영역은 한 사람에게 맡겨 버리고 알아서 준비하도록 한다. 이 또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비록 합리적이진 않았을지 모르지만 모든 것을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다 보니 그 과정을 통해 서로가 '집'과 '결혼'에 바라는 바를 알게 되었고 상대의 의견에 더 존중하게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딱 한번 다툼이 있었다. 준비 초창기였는데 바로 '냉장고' 때문이었다. 남편은 작은 집에 양문형 냉장고가 턱 하니 자리 잡아 온 집안을 지배하는 모습을 싫어하였다. 또 방 안에 냉장고가 차지하고 있는 것도. 남편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두 가지 케이스 모두 미관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공감하지만 집이 좁은 경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나는 양문형 냉장고에 대한 로망이 전혀 없었기에 작은 냉장고를 사서 부엌에 두자고 합의를 했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던 우리의 이야기는 그 '작은 냉장고'가 얼마나 작아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싸움이 났다. 나는 일정량의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600리터 이상의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하였고, 남편은 그 또한 작은 우리 부엌에는 답답해 보일 것 같다며 1인용 가구에서나 쓰는 450리터 짜리의 냉장고를 주장하였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싸움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집으로 돌아서기도 하였다.
결국은 가전 매장에 가서 450리터의 냉장고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우리는 600리터 가량의 냉장고를 선택하였다. 내가 주장한 의견이 맞았지만 나는 이 갈등의 과정을 남편 책임으로 몰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사는 집을 아름답게 꾸려가기 위한 서로의 뜻을 충분히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후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더 배려해가며 의견을 절충했던 것 같다.
결혼 준비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생각해보면 집을 알아보러 다닌 일과 새 집을 청소했던 일이다. 퇴근 후에 항상 신혼집을 보러 다니기 위해 발품을 팔며 여러 곳을 돌아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아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는 이 정도가 최선이구나"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조금 좌절하기도 했었지만 남편이 옆에 있었기에 서로 으쌰으쌰 하며 준비할 수 있었다. 또 어찌 됐건 꽤나 큰돈을 들여 무언가를 구매하는 일이라서 많이 긴장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에 신경이 곤두서 있기도 하였다.
우리 신혼집은 신축빌라였는데, 둘 다 밖에 나와서 사는 일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새집 청소를 맡겨야 하는지도 모르고 우리 둘이서 해보자!라고 호기롭게 도전하였다. '신축이니까 깨끗할 거야~ 열심히 쓸고 닦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새집 청소 후에 2킬로가 쑥 빠져버렸다. 어디서 이렇게 톱밥 가루가 계속 생기는지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었다. 그리고 한 여름에 에어컨도 가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청소를 하는 게 그렇게 끔찍한 일인지 몰랐다.
하루 종일 청소를 마치고 저녁이 되어 겨우 자장면을 시켰다. 이사할 때 보통 자장면을 시켜 먹기에 우리도 그 기분을 내고자 주문했는데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둘 다 땀에 절여 있는 상태에서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달달거리는 작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며 자장면을 허겁지겁 먹었다. 그때 서로의 모습을 보고 너무 웃겨서 빵 터졌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우리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더 단단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소중한 추억이고.
결혼 준비를 하며 함께 고생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충분했기에 우리는 한 집에 살자마자 이미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부부처럼 편안해졌다. 신혼 초기에 치약 짜는 거 하나로도 다툼이 생긴다고 하는데, 우린 싸우는 일이 전혀 없었다. 이미 많은 과정을 겪었기에 서로를 잘 알았고 배려하는 방법이 터득되었다. 한 사람에게 부족한 영역은 다른 사람이 대신 채워주면 될 일이었다. 결혼 준비를 할 때부터 '이건 너가 해, 저건 내가 할게'와 같이 명확하게 나눈 게 없었기에 우리의 살림 역시 많은 부분을 함께 나누어 같이 하고 있다. 자연스레 내가 하는 일, 남편이 하는 일이 정해지긴 했지만 한 사람이 바쁠 땐 더 도와주고, 눈에 먼저 띄는 사람이 하게 되었다.
우리의 결혼 준비는 짠내 나는 추억이 많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더욱 행복한 부부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부분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면서 더 단단한 가족을 만들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