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결혼 후 알게 된 소소한 행복

by 정주디


나는 결혼 예찬론자다. 결혼 자체에 아예 관심도 없던 내가 결혼 후 예찬론자로 바뀐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나는 결혼생활이 너무 재미있다. 나와 남편의 숨겨있던 모든 끼와 까불거림이 방출되는 것이 좋다. 우리는 매일 밤 춤추고, 노래하고, 장난치고, 망가지고, 괴롭히고, 울다 웃는다. 같이 있는 시간이 한 편의 코미디 같다.


자랑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결혼이 불행하다고만 말하는 사람들이 가득해서 나처럼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참고로 비혼 주의자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미 결혼을 한 유부남, 유부녀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는 게 좋아"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고 와이프 흉, 남편 흉을 보는 게 재미인 사람들이 있다. 본인의 불만족과 가정의 불화를 '결혼'이라는 제도에 탓하는 느낌이랄까. 기혼자들을 모두 싸잡아 깎아내리는 발언이라 생각하여 불편하다. 아니면 실상은 잘 지내면서도, 잘 지낸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운 한국인의 지나친 겸손함 일지도.





누군가 내게 결혼 후에 무엇이 가장 좋은지 묻는다면, 소소한 행복이 가득해져서 라고 대답하고 싶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남들에게도 뻔히 있을 법한 일이지만 내게는 참 소중한 몇 가지 순간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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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식탁 위에 한 가득 쌓인 귤을 볼 때

02. 큰 맘 먹고 산 망고를 나눠 먹을 때

03. 딸기를 가지런히 담아서 남편에게 같이 먹자고 말할 때

04. 그리고 남편이 누가 이렇게 예쁘게 플레이팅 했냐며 칭찬해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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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남편이 빵순이인 나를 위해 다른 동네에 들린 김에 맛있는 빵을 사 왔을 때

06. 적은 돈으로 밖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배부르고 맛있게 차려 먹을 때 (ex. 파스타)

07. TV를 보다가 남편의 박장대소하는 소리를 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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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지난겨울에 산 크리스마스 트리를 다시 꺼내어 설치했을 때

09. 생일 전날,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식탁에 꽃다발이 놓여 있을 때

10. 갑자기 필 받아서 춤을 추는데 남편도 같이 따라 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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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1. 하루의 끝을 남편과 맥주 한잔으로 마무리할 때

12. 나도 모르게 방귀를 뀌었는데 남편이 맞방구 해줄 때

13.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께 드린 카네이션 상자에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때




내가 말하는 행복은 정말 작은 것들이다. 그러나 내겐 이게 삶의 큰 행복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감사하다. 그렇다고 내 인생에 아무런 갈등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이 풍족한 것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의 갈등도 있다. 나는 그냥 좋은 면만 바라볼 뿐이다. 그러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결혼의 장점으로 '무조건적인 내 편이 생기는 것'을 얘기한다. 이 또한 큰 기쁨이다. 사람 살아가는 데 혼자이든 둘이든 힘든 일은 발생한다. 그럴 때 내 편이 있으면 힘든 일을 더 쉽게 넘길 수 있다. 그리고 일상에 작은 행복들이 쌓이면 힘든 와중에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혼자만의 소확행도 분명 의미 있지만 둘이 되었을 때 완성시키는 그 소확행의 희열이 정말 크다.


혹시라도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만 들어와서 결혼을 두려워하는 다른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처럼, 그리고 많은 부부들이 생각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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