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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디 Apr 29. 2020

오빠가 결혼했다

엄마는 왜 슬펐던 걸까

오빠가 결혼을 했다. 동생인 내가 먼저 결혼했으니 우리 집안에서는 두 번째 경사이다. 부모님은 우리 남매가 어려서부터 일찍이 시집, 장가를 가라고 부추겼다. 부모에게는 자녀의 결혼이 큰 과제처럼 느껴지기에 그렇게 빨리 부추겼을 것이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우리 남매는 모두 늦지 않게 결혼을 했다. 결혼에 늦고 빠름은 없다지만 남들 기준에 적당한 때에 결혼을 했다. 특히나 친척이나 부모님 지인들 중 자녀가 마흔이 넘도록, 혹은 가까워지도록 결혼을 하지 못해서 속상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우리 부모님은 자녀들이 결혼 문제로 속 썩이지 않아서 내심 뿌듯해하셨다.


그렇게 두 분이 바라시던 두 자녀가 모두 결혼에 완성한 날, 엄마는 왜 눈시울을 붉혔던 걸까.






오빠의 결혼식을 통해 나는 부모님에 대해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1.

오빠의 결혼식 날, 메이크업을 받고 온 엄마 아빠를 보고 깜짝 놀랐다. 부모님이 너무 곱고 아름다우셔서 놀랐다. 부모님이 그렇게 꾸민 모습은 내 결혼식 때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그때는 내가 주인공이다 보니 엄마아빠의 얼굴을 유심히 보지 못했었다. 내 머리가 잘 됐는지, 화장은 예쁘게 됐는지, 드레스는 잘 어울리는지 온통 관심이 나 자신에게만 쏠렸었다. 이제 한 발짝 여유를 갖게 된 오빠의 결혼식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웠던가!'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더 유심히 볼 수록 엄마와 아빠의 얼굴 주름이 자글자글한 게 보였다. 주름은 나이 듦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멋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주름을 눈 앞에서 마주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이렇게 주름이 깊어졌는지 모른 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엄마 얼굴을 바라보는데 엄마가 먼저 "여기 눈가 주름이 너무 자글자글하지? 화장하니까 더 티나네~"라고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서 움찔했다. 차마 "아니야"라고는 말 못 하고 "응 그러네 내가 화장 조금 수정해줄게"라고 하며 고개를 돌려 눈물이 나려던 것을 힘겹게 참았다.



2.

그렇게 1차 눈물 위기를 버티고 손님들을 맞이하러 갔다. 축의금 접수대 앞에 아빠, 엄마, 오빠, 나, 남편이 나란히 서서 손님들께 인사를 했다. 내 결혼식 때는 신부대기실에만 있었으니 로비에 서서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기분이 색달랐다. 내가 아는 사람은 친척들 외에는 아무도 없으니 기계적인 미소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만 반복했다.


그러다 내가 아는 분이 오셨다. 우리 시부모님이 축하해주러 오신 것이다. 우리 부모님을 마주하자마자 어머님께서 "어떡해요 두 명 다 보내려니 쓸쓸하겠어요~"라고 하셨다. 그러자 우리 엄마는 "네~ 딸 보낼 때보다 더 서운하네요"라고 했다. 엄마의 눈가가 살짝 촉촉해지는 것을 보자마자 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렇게 맨날 시집 장가 빨리 가라고 했으면서 둘 다 보내려고 하니 얼마나 허전했을까. 엄마의 그 마음을 헤아려보자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쿡쿡 찔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옆에서 농담 삼아 "왜 빨리 결혼하라고 그랬어~"라고 장난쳤다. 엄마아빠는 "그러게..." 라며 힘 없이 대답했다. 하객들에게 인사하는 내내 두 분의 얼굴 뒤로 쓸쓸함이 감추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부모님과 오빠, 나, 할머니까지 다섯이서 함께 하던 집에서 이제 세 명이 떠나가고 두 분이서 큰 집을 혼자 채우려니 많이 외로우셨나 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항상 북적거렸는데 어느새 고요한 집이 되어버렸다. 나를 대신해서 딸처럼 살갑게 굴던 오빠까지 출가하게 되니 그렇게 바랐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많이 서운하셨을 것이다.


시부모님은 아들(나의 남편)이 출가하고 난 후, 거실에서 들리던 웃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아서 쓸쓸하다고 했다. 내 남편은 재미있는 것을 볼 때 크게 빵 터지는 타입인데, 그 웃음소리는 옆에서 듣기만 해도 관심 없던 것도 재미있게 들린다. 어머니도 아들의 그 웃음소리가 좋으셨을 텐데 이제 거실이 조용해지니 아들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오빠의 결혼식을 치르고 나서 부모님께 더 많이 찾아뵙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기에 몇 년이 흘러도 좋았다고 생각할 만큼 진한 추억을 남겨 드리고 싶다. 우리 부모님뿐만 아니라 시부모님께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을 잘 기록하여 부모님께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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