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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Jun 04. 2019

평범한 사람

지난 달, 고모와 멍멍이와 산책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서, 선생님은 긍정적으로 설명해주는 편이다. 아이가 산책 때 친구를 제법 챙긴다고, 아이를 살뜰히 보살펴 주는 친구가 생겼다고, 케어를 받은 선생님의 손톱을 보고 "어떻게 했어?"라고 물어서 놀라게 했다고 말해주었다.


 첫 입학한 3월과 4월, 5월까지 아이는 등원할 때면 교실 앞에서 멀뚱멀뚱 서 있었다. 선생님이 챙겨주어야만 교실 안으로 들어가던 아이가 요즘은 교실로  "안녕" 소리치며 들어간다.


 성장하는 아이를 확인하는 일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언어 치료 선생님은 미디어 차단을 강조했다. 표현 언어의 능력이 떨어지고 놀이의 확장이 안 되는 것이 미디어 영향 같다고 말했다. 갑자기 끊어서 아이에게 좌절감을 주기보단 조금씩 줄여나가기를 권유했다.


 사실 나도 알고 있는 문제였다. 이유식을 거부한 아이에게 몇 입 더 먹이겠다고 보여주기 시작했다. 몇 번을 시도했고 번번이 실패했다.


 핸드폰에 있는 모든 유아용 게임들과 유튜브를 삭제했다. 아이패드와 여분의 핸드폰은 장롱에 넣은 지 오래였다.


 네시 즈음이면 아이와 산책을 한다. 버스, 오토바이, 마트, 놀이터, 새, 개미, 문방구... 우리는 두 손을 꼭 잡고, 그러다 다리 아픈 아이가 업어달라고 요구하면 업은 채로 동네를 걷는다.


 요리사 게임에 푹 빠져있던 아이는 핸드폰에 게임이 없는

걸 확인하자 운다. 삼일을 밥을 안 먹고, 울고 불고 난리 쳐 겨우 젖병을 끊었을 때처럼 고통스러워도 이번엔 반드시 참아내자, 다짐한다.




 J언니로부터 부재중 전화 알림이 떠 있었다. 언니는 왜 인스타그램도 카카오톡도 하지 않냐고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걱정했다고.


 언니는 너무 잘 키우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사람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누구나 다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다들 쉽게 키우는 것 같은데 나만 어렵다고 칭얼거리는 말에, 언니도 울면서 아이를 키웠다고, 모두 그렇게 아이를 키워낸다고도 말했다.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크고 있으니 그 이상 너무 욕심내지 말고 무리하지 말라는 언니의 말이 따뜻하게 맘에 와 닿았다.




 그래도 나는 잘 키우고 싶다. 아이가 보통의 친구들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보통의 규칙을 따르는 날이 오면 좋겠다. 일반 초등학교에 진학해서 몇몇의 친구를 사귀고, 누군가를 짝사랑하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친구들이랑 축구도 하고 놀았으면 좋겠다. 평범한 사람이면 좋겠다. 이게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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