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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Jun 11. 2019

미디어 차단 일주일

 아이에게 미디어를 차단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요리사 게임을 찾는 아이에게 핸드폰을 주며 어플이 없는 것을 확인시켜주었고, 삼일차까진 간간이 화를 내고 보채던 아이가 사일 차부 턴 하루에 한두 번 정도 핸드폰을 찾았다. 아이가 핸드폰을 찾으면 그때마다 게임이 없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디어를 차단하는 대신 아이의 눈높이에서 놀아보려고 노력을 했다. 하루에 기본 두 시간씩 밖에서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면 1/3 정도는 손을 잡고 걸었고, 2/3 정도는 업어주었다. 작년까진 산책을 나가면 아이는 종종 드러누웠고 손을 잡지 않고 제멋대로 뛰어다녔다. 작년에 비하면 현재는 신사가 된 셈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버스를 비롯한 자동차, 기차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산책 코스를 잡았다. 차가 오면 "차 와"라고 말하는 아이가 일주일 새 "차 온다" "차 왔다"라는 말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 종류도 꽤 알게 되어서, 지나가는 것마다 종류를 대며 알은체를 한다.


동네 뒷산 산책길

 미디어 없이 외식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외식에도 성공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중식을 먹었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갔다. 다행히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카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놀이터에선 개미, 나비, 참새, 파리를 함께 구경하고, 집에 돌아와선 그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스티커 붙이기 놀이를 하거나 그림 그리기를 하고 놀 때 집중해서 제법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달라진 걸 느끼고 있다.


 반면 하원 후 찾은 놀이터에 남매가 찾아왔는데, 아이가 그들과 함께 놀고 싶었는지 대뜸 남매의 엄마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남매에게 손가락 질을 하고, "차 온다"라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해서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의 착석이 많이 좋아졌고, 친구들의 이름도 제법 많이 부르고 논다고 했다. 미디어 차단과 적극적 개입이 아이에게 답이었나 하는 생각과 왜 진작 못해주었나 하는 죄책감이 함께 찾아온다.


 남은 오늘도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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