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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Jul 09. 2019

허브와 과잉보호

 무언가를 키우고 만드는데 야무지지 못한 내가 식물을 키워보겠다고 허브 다섯 종을 들였다. 2주도 가지 못해 다섯 종 중에 세 개가 시들해졌다. 영양제도 주고, 물도 열심히 주고, 햇빛도 좋은 곳에 놨음에도 허브의 상태는 좋아질 줄 몰랐다. 결국 허브들은 내 손을 떠나 어머님에게로 갔다.


 어제는 어린이집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지, 집에서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과 내가 알고 있는 아이의 발달에 대해서 솔직하게 서로 대화를 나눴고, 선생님은 나의 과잉보호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와의 기싸움을 해야 할 것이고, 폭력을 쓰지 않고 고함을 지르지 않고 이겨야 할 것을 당부했다. 아이를 고집으로 이겨본 적 없는 내가 선생님에게 질문했다. 기싸움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나요? 단호하게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안 되는 건 끝까지 해주지 말아야 해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저녁으로 샐러드를 먹고 체했다. 소화제를 먹고도 한참 속이 불편하다가, 괜찮아져서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마시니 정말 괜찮아지는 듯도 했다.


 허브들은 메말라있었다. 햇빛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더 열심히 아이를 돌볼 거다. 아이를 내 품의 아기가 아닌 어린이로, 하나의 독립된 사람으로 보되, 스스로 할 수 있게 가르쳐주기로 했다. 난 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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