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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Jun 18. 2020

둘째는 공짜로 키우나요?

 이상하다. 이제 7월이면 백일이 될 둘째를 키우는 일이 공짜처럼 느껴진다.


 이제와 돌아보면 첫째는 순했다. 배부르면 잤고, 등 닿으면 잤고, 잘 웃었고, 건강했다. 좀 자라서 성장이 더뎌서 마음고생을 시키긴 했지만 그래도 참 순했다.


 그런데도 새벽이면 첫째를 안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의문에 잠겨있었다. 기회만 되면 밖에 나가려 했었고, 밖에 나가 혼자 멍하니 앉아있으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누가 대신 키워줄 거라고 생각했던 철없는 20대였다.


 첫째가 두 돌이 되어서야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괜찮았다. 함께 있는 게 좋았다. 아마 나는 그때서야 한 아이의 엄마로 성장했던 것 같다.   


 첫째는 첫사랑 같다. 철이 없어서, 서툴러서, 몰라서, 그렇게 밖에 못해줬던 시간들...


 둘째는 낮에도 등 센서가 심하고, 밤이면 안겨 자려고만 하고, 모유만 고집한다. 그래도 어렵지가 않다. 물 흐르듯 둘째가 크는 느낌이다.


 아마도 내 마음의 문제 일거다. 이제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어떤 것임을, 내가 무엇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일거다.


 우스갯소리로 맘 카페에서 첫째만 있으면 우아하게 살 수 있고, 둘째까지 있으면 행복한 추노가 된다고 하던데. 앞으로 행복한 추노꾼이 될지, 계속 이렇게 수월하다 느낄지 앞 날은 알 수 없지만 둘째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낳으라고 하고 싶다. 무지 예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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