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 리스트들이 사는 집

by 옥수수

2년 전, 어머님과 집을 합칠 때의 일이었다.


어머님과 나는 책 욕심이 많아서 거실 한쪽을 책으로 돌리고도 아직 남은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머님의 책 박스에서 말린 표고버섯이 가득한 플라스틱 통이 나왔다. 다른 책 박스에서 말린 버섯 통이 또 나왔고, 그다음엔 그릇들을 넣은 박스에서, 그다음엔 옷이 있는 박스... 그렇게 해서 나중에 정리해보니 말린 표고가 들은 통만 6개인가, 7개가 나왔었다. 어머님은 싱싱하고 저렴한 표고를 보고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고, 한동안 표고**(이름)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그렇게 놀려먹고 말린 버섯은 두고두고 육수를 뽑는데 야무지게 사용했다.


이것은 작은 일화에 불과하다. 우리의 지인들은 전쟁이 나도 이 집에 먹거리는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입을 모아 말하곤 한다. 그렇다. 우리는 맥시멀 리스트들이다.


어머님은 책과 식자재 욕심, 남편은 자신의 취미에 관련된 모든 소비에 과한 사람이고 (남편의 취미는 바비큐, 와인, 피규어, 레고, 만화책, RC카, DVD 등 너무 많다.), 시누이는 귀여운 캐릭터에 관련된 굿즈들을 모으다가 최근엔 자신의 반려견 도토리의 먹거리와 물건을 열심히 산다. 주로 귀여운 것들만 사던 시누이는 어머님을 닮아가는지 최근은 자꾸 먹거리를 박스로 사 온다. 책과 육아용품 말곤 사재기를 안 하던 나는 최근에 마스크에 집착했다.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첫째는 책과 기차, 로봇을 자꾸 전부 모으고 싶어 해서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어머님과 나의 사재기가 활발했었다. 쌀, 휴지, 생수, 보리차, 각종 먹거리들, 기저귀, 분유, 한 달 뒤에 바꿀 둘째의 젖병까지. 코로나로 사회는 마비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함을 사재기로 달래곤 했다. 우리 집으로도 모잘라 친정에도 사재기를 하라고 보채는 내 연락을 엄마, 아빠는 종종 무시하곤 한다.


미니멀리스트들이 사는 집들에 관련된 글과 사진을 볼 때가 종종 있다. 아무것도 없이 깔끔한 그들의 집을 볼 때면 한 때는 나도 저런 집에서 살림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런 집을 가지면 채울 생각에 신날 것 같다는 생각이 뒤따라 든다. 요즘 방송하는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비우기'가 중요하다고 한다. 미니멀이 대세인 요즘... 누구 하나가 맘먹고 비운다고 해결될 게 아닌 우리 집의 물건들을 보며 그래 뭐 이것들로 우리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그걸로 됐어, 생각한다.


뭐든 손이 큰 어머님을 경계하던 나마저 요즘은 어머님을 따라 큰 손이 되어 가고 있다. 먹는 것과 각자의 취미에 과하게 몰두하는 6명의 식구들과 한 마리의 개가 사는 우리 집은 화장실조차도 미니멀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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