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무심함도 필요하다
스물일곱에 결혼해서 그 해 첫째 아이를 낳고, 서른에 시댁이랑 살림을 합쳤다. 함께 산지 이제 2년 반이 지나고 있고, 별별 일이 다 있었지만 우리는 큰 갈등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보면 비슷한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남편은 뭔가에 꽂히면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잔뜩 사 모으고 저질러버리는 타입이고, 나는 물건을 그런 식으로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남편의 취미는 바베큐와 와인인데, 잔뜩 일을 벌여놓는 통에 경계를 하고 있다. 시누이는 스케일이 작을 뿐 남편과 비슷하면서,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는데 차 할부와 반려견 도토리를 먹여 살리느라 마음속으로만 갖가지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시어머니가 나와 가장 비슷한 것 같다. 소비의 부분에서 보면 둘 다 실용적인 걸 좋아하는데, 어머님은 나보다 스케일이 크다.
소비의 문제에서도 이렇게 다른데 다른 것은 오죽할까. 나이, 취향, 인테리어, 좋아하는 것, 우선시하고 싶은 것. 우리는 모든 것이 다르다. 저녁 메뉴 선택을 제외하고.
이런 우리가 큰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이유가 뭐였을까? 생각해보니 우리는 얼핏 다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무심한 사람들에 속한다. 좋을 땐 '우리 가족'이지만 갈등이 생기면 '윗집' '아랫집'이라고 철저하게 남 일처럼 대한다.
최근에 남편과 카드값으로 갈등을 겪으며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하소연을 한 일이 있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카드값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네 못 사네 싸움을 해도 진짜 아랫집 싸움처럼 대한다. 나의 하소연에 "그래도 외벌이로 사는데 너무 잔소리가 심한 거 아니니?"라고 남편의 편에 서주 지도, 그렇다고 크게 내 편에 서주 지도 않는다.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어제는 시어머니 시누이가 양양에 짓고 있는 집의 창문으로 갈등이 있었다. 물론 나는 그 문제를 외면했다. 내가 낄 일은 아니니까. 시누이에게 "엄마가 다른 문제로도 머리가 아픈데 왜 화 내."라고 한마디 했다면, 모녀끼리 투닥거리고 끝날 일을 집안싸움으로 만들었을 거다. 남편과 시누이가 단체 카톡방에서 투닥인 적도 있었는데, 시어머니는 진짜 주무시고 계셨고 나는 둘의 싸움을 보고도 자는 척 읽씹 해버렸다.
부부싸움은 부부싸움으로, 모녀 싸움은 모녀 싸움으로, 남매 싸움은 남매 싸움으로 끝나야 깔끔하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와 크게 싸워본 적은 없는데 만약 고부 싸움이 일어난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려나.
모든 관계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다르고, 나는 네가 될 수 없다. 너의 문제는 너의 문제고,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다. 이것이 우리가 갈등 없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