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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Nov 04. 2020

어머니 이제 '일반 아이들'과 똑같아요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2년 만에 들은 말

 최근 둘째를 키우다 보니 첫째가 보통 아이들과 달랐다는 걸 종종 깨닫는다. 첫째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대로 치료를 한지는 어린이집 장애 통합반에 들어간 뒤니까 햇수로 2년, 거의 1년 반 정도 되었다.


 처음엔 3개월만 언어 치료를 받으면 말문이 열린다더라 라는 카더라가 내게도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3개월이 가도, 반년이 돼도, 일 년이 지나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 때문인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했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생기는 열등감에 숱하게 좌절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이가 갑자기 성장한 건 시작한 건 동생이 태어나고부터 였다.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르고 키가 훅 자라더니, 단어로만 의사를 표현하던 아이는 문장을 툭 내뱉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만 지내던 탓에 거부하던 어린이집도 적응해서 다니더니, 어느 날부터 친구 누구와 무슨 놀이를 했다고 이야기를 전달했다.


 급기야 며칠 전엔 어린이집 선생님에게서 "어머니, 소근육이 느리긴 하지만 oo이는 일반 아이들과 똑같아요."라는 말을 들었다. 올해 초반만 해도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의심되는 발달 장애 증상이 있었던 아이가 이젠 친구들과 놀이도 하고 장난도 치고 수업에 참여도 잘한다는 거였다.


 그 말에 나는 조금 울었다. 이루지 못한 내 꿈을 이루는 것보다, 이 말이 더 듣고 싶었었다. 똑같다는 말.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아이는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할 거고, 힘든 시간이야 얼마든지 오겠지만 내게 기적이 일어난 것만 같다. 열심히 자라주고 있는 아이에게 드는 고마운 이 감정을 사는 동안 잊지 않고 갚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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