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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May 18. 2022

느린 아이 초등학생 되기

현재 하고 있는 치료와 adhd약 복용 시작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지 두 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느리고 예민한 탓에 뭐든 쉽지 않았던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괴로웠다. 2월 내내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 때문에 불안했고, 입학 유예 신청서를 만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주변의 만류로 인해 아이는 제 때 입학을 했다. 살얼음 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자리에 잘 앉아 있을까, 점심시간에 도움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수업에 필요한 것들을 알맞게 준비할 수 있을까, 화장실에 잘 다녀올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다 걱정이었고, 적응 기간에는 하필 온 가족이 코로나에까지 걸리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지레 겁먹은 것이었다. 아이는 무탈하게 초등학생이 되어 주었다.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고, 학교를 좋아했고, 친구들을 좋아했다. 그 사이 언어도 인지도 모든 것이 올라왔고, 부족한 것은 아쉬운 것은 당연히 있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


 입학을 하면서 치료 선생님의 권유로 adhd 약물 복용을 시작했다. 여러 부작용 때문에 시작 전엔 걱정이 많았지만 큰 부작용 없이 20까지 용량을 높인 상태다. 약을 복용하면서 아이의 언어가 올라온 게 눈에 띈다. 아이가 먹는 약은 4~5시간 정도 지속이 되어서 등교 전에 먹이는데, 친구들의 대화가 들리면서 자신의 언어가 올라가는 건 아닐까 추측했다. adhd가 아닌 경계선의 아이들도 복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쩌면 조용한 adhd일수도 있고... 아이의 주의 집중력이 약해서 상담 후에 약 복용을 결정했고, 결과적으론 아이의 성장을 끌어올리는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한 번 복용을 하면 장기적으로 먹이는 게 좋다는데 나는 영양제라 생각하고 장기 복용을 할 예정이다. 아이가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거라면 뭐든 상관없다. 


 올해는 학교 적응과 더불어 사회성 치료에 집중을 하고 있다. 그룹 치료를 두 개를 추가했다. 언어치료, 감통 치료, 놀이치료를 하고 있고, 체육 그룹, 놀이 그룹을 새롭게 추가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이제는 어느 요일에 무엇을 하는지 다 알아서, 그룹 치료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설레 하는 게 눈에 보인다. 


치료 4년 차. 종결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의 치료 선생님은 올해까지 이 스케줄을 유지하고, 겨울에 발달 검사 후 개인 치료는 종결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살다 보니 이런 날이 내게도 왔다.


*


며칠 전... 요즘 죽음이라는 것에 꽂혀 있는 아이가 엄마, 아빠도 나중에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펑펑 눈물을 흘렸다. 한 시간은 울었던 것 같다. 아이가 이런 것에 울어서 좋았다. 미닫이 문을 가지고 장난치는 걸 못하게 해서 우는 게 아니라, 자동차 장난감 헤드라이트를 못 보게 해서 우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나중에 죽는 것이 두려워서 울어서 좋았다. 


기적이라는 게 이런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거지만, 단순히 노력으로 괜찮아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열심히 하지 않은 엄마도 아이도 없다.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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