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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Feb 21. 2017

삐뚤어진 봄

자연스러운 봄

 올해도 봄이 온다. 가을보다 봄을 더 많이 타는 나는 항상 이맘때가 기대되면서 두렵다. 벚꽃, 개나리, 푸른 잔디가 피어난 풍경이 참 예뻐서 좋지만, 또 예뻐서 우울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봄은, 요새 대부분의 20대가 그렇듯 중간고사 기간이거나 상반기 취업 공고가 뜨는 계절이었다. 봄날 속 예쁜 풍경의 일부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우울감에 빠져 보낸 적도 많았다.     


 내가 느꼈던 우울감의 원인이 단순히 정신적인 것만은 아니다. 봄과 겨울의 일조량 차이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 또한 우울감의 원인이다. 갑자기 많아진 일조량에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삐뚤어진 균형이 삐뚤어진 마음, 삐뚤어진 봄을 만들어낸다. 물론 스스로의 호르몬 변화가 어떤지 모르는 개인으로서는 쉽사리 우울감을 떨쳐내기 힘든 상황이다.


 피부가 노화하는 것처럼, 사람의 호르몬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활짝 피었던 벚꽃이 다 져버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변화 말이다. 사실 지구의 북반구에 계절의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도 23.5도 삐뚤어진 지구의 자전축 때문이다. 똑바르게 서있다면 일조량의 차이가 없어 계절의 변화도 없다. 계절도, 우울감도 ‘자연스럽다’면 내 우울감에 좀 더 관대해질 수 있겠다.


 날씨는 여전히 춥지만 간혹 쬐는 봄볕에 살랑대는 설렘이 불어온다. 대리, 과장, 팀장으로 불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 오피스 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소름끼치게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하고 예쁜 풍경을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모두의 일상엔 빈 곳이 있기에, 호르몬의 변화에 초인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모두의 봄 한 구석에는 삐뚤어진 봄이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를 봄과 떼놓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봄이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이 폭등하는 계절이라고 한다. 호르몬 변화와 더불어 ‘나만 빼고 다 행복해 보이는’ 착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 분명 이 우울감에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날 우울하거든 나 혼자 그럴까 끙끙 앓는 마음을 내려놓고 친한 친구에게 전화해보길 바란다.     


 그 또한 삐뚤어진 지구처럼 삐뚤어진 봄 속에서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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