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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Apr 13. 2017

밤 같은 어둠, 우주 같은 어둠

밤은 우주가 아니다

 한 사람을 아는 것은 정말 어렵다. 10년차 친구와 메뉴를 고를 때도 여전히 긴가민가 한다. 분명 메뉴 두 개 중 하나를 좋아한다던데, 좋아하는 게 둘 중 뭐였는지 잘 생각이 안 난다. 식성 같은 취향을 넘어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더욱 알기 어렵다. 종교, 정치색 등 나에겐 익숙한 어떤 생각을 상대는 낯설게 듣는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깜깜한 어둠과 같다.


 나는 타인의 가장 큰 매력이 이 깜깜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물건이야 용도가 정해져있고 그 용도적합한지 확인하고 나면 궁금할 것이 없지만 사람은 다르다. 함께한 시간이 밝혀준 사람의 새로운 면들이 상대에게 재미를 준다. 소심한 줄 알았던 친오빠가 여행지에서 나보다 훨씬 적극적일 때나, 무심한 줄 알았던 친구가 생각보다 섬세할 때, “와! 이런 면도 있었네?” 하는 것이다. 시간만큼 타인을 조금 더 알게 되고, 즐겁다.     


 그렇기에 깜깜함을 오래간 유지하는 것은 관계를 길게 가져가는 데에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밀당’, 마음을 전부다 내놓고 보여주지 말라는 것도, 또 친구 사이에서도 계속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도 이런 맥락의 조언일 것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거나, 혹은 맞는 데 아닌 척하고 아닌데 맞는 척 내숭을 부리는 행동을 한다. 진짜 가진 것을 밝히지 않고 오래간 아득하고 막막하게 구는 것이다.     


 그러나 어둠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밤’ 같은 어둠과 ‘우주’ 같은 어둠이다. ‘밤’은 모든 세상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해만 사라진 것이다. 반면 ‘우주’는 끝없이 더 멀리 어둠을 확장해나간다. 처음 ‘밤’을 만난 아이는 두려워하지만 어른이 되면 궁금해 조차 하지 않는다. 몇 군데를 밝혀 보면 그리 낯설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는 다르다. ‘우주’는 계속 그 어둠을 뻗쳐져 나간다. 밝힌 만큼의 어두움을 또 만들어 낸다.    

 

 결과적으로 같은 어둠이라 할지라도 진짜 매력적인 사람은 ‘밤’이 아니라 ‘우주’ 같은 어둠을 가진 사람이다. 본인이 가진 사고와 경험을 전혀 확장하지 않고 관계 때문에 의도적 어둠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한계가 있다. 새롭고 생생한 자극으로 생각과 경험을 확장해내고, 또 그것을 자신의 또 다른 면으로 만들어내는, ‘우주’ 같은 어둠이 오랜 시간에서도 사람을 계속 끌어당긴다. 상투적 연애보다 좋은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게 관계에 차라리 나은 이유다.     


 최근 스티븐 호킹과 마크 저커버그는 알파 센터우리라는 별에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년간의 비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우주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20년이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만약 20년이 넘는 긴 관계를 꿈꾼다면 ‘우주’ 같은 사람을 만나 ‘우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비약에 빠져본다. 본인을 확장하고, 또 확장하고자 하는 타인을 응원하는 그런 관계라면 20년짜리 우주선을 띄워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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