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을 풀어주는 마법의 단어, 오모시로이!

면접날 아침엔 예능이 제격이지

by shining days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

알이즈웰(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아모르파티(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등등.

한글보다 다른 언어로 볼 때 더 와닿는 말들이 있다.


퍼뜩 정신이 차려지고,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단어들. 나에게도 그런 특별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오모시로이~!


출처: 네이버 사전


고등학생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지만 이 단어는 나에게 생생하게 남아있다.


나는 긴장되는 순간마다 오모시로이!(재미있어!)를 떠올린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49일이 지나지 않았는데, 흰머리핀을 빼야 할까 껴야 할까. 오늘은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라 더욱 애매했다. 면접관에게 동정표를 받으려는 것 같아 보이려나. 아니야.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 하자. 장례식 때부터 계속 해왔으니까.


결국 하얀 머리핀을 한 채로 검은 정장을 입었다. 이건 면접 복장이 아니라 장례식 가는 사람 같은데? 이게 맞나 싶어 잠시 당황했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 그래도 앞에서 보면 머리핀이 잘 안 보여서 다행이다.


전철을 탔다. 필요한 면접 준비는 어젯밤까지 끝마쳤으니, 지금부터 중요한 건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머릿속 지식이 비슷비슷하면, 인상 좋은 놈이 우선일 테니 처음부터 좋은 인상으로 기선제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 이제부터 할 일은 간단하다. 바로 1박 2일 레전드 편을 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웃는 것. (한 가지 조심할 점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도 늘 다음 역에 내리고, 반대방향으로 타는 상습범이니 조심, 또 조심.)

웃긴 영상을 보다 보면 점점 뇌가 속는 느낌이 든다.


'신나게 웃어제끼는 걸 보니 오늘 재밌는 일이 있나 본데?'


웃다보면 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고, 뭐든 잘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세상 신난 얼굴로 1시간동안 예능을 보다보면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겠고, 오늘 뭐 하러 가는지도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 싶은 그저 즐거운 기분만 남는다. 어느새 긴장감이 사라져있다.


압박면접에도 재치 있고 신선한 대답이 툭 튀어나오려면 뇌가 말랑말랑(?) 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노리는 게 바로 그거다.


내릴 때쯤이 되면 이마부터 눈가, 볼, 턱까지 안면근육 스트레칭이 저절로 끝다. 그럼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대신 오면완(오늘 면접 준비 완료).




웃음 바이러스나 생존력이 강해서,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긴장이 되지 않았다. 머릿속엔 아까 봤던 영상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


주위를 둘러보니 뻣뻣한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다듬는 사람, 다리 떠는 사람들이 보인다. 다들 많이 긴장하셨구나. 마치 남 얘기인 듯 나는 천하태평 수 있다.


괜히 옆 사람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다. 여기 머리카락 헝클어졌어요, 알려주기도 하고 면접 잘 보라고 활짝 웃어주기도 하고, 물을 찾는 듯 빈 생수병을 들고 두리번거리면 저기에 정수기가 있다고 알려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마음속에 '오모시로이'라는 글자를 안고 면접실 문을 두드린다. 똑똑. 노크소리마저 경쾌하다. 면접실에 들어가니 면접관들이 반갑다.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구나.

면접관들이 어떤 질문을 할까 고민하며 예상질문지를 넘기는 동안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어릴 때 친했던 동네 슈퍼 아줌마, 아저씨를 떠올리며, 이 분들이 새로운 슈퍼 사장님이라고 생각했다.


'어디 보자. 다들 인상이 좋으시네.'


아는 것은 명료하게 대답하고, 르는 걸 물어봐도 주눅 들지 않는다. 속으로 '에이, 이건 남들도 대답 못할 거야'라며 틀려도 당당하다.(하얀 머리핀을 꽂고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을 만큼 잘 웃고 왔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거나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 올 때, 그 상황을 한 템포 끊어가는 게 좋다. 그럼 눈을 감고 나를 소설 속 주인공으로 객관화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되어 무작정 생각한다.


'오모시로이~ 이 장면 재미있겠는데?'

'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어 내려가듯 그 상황을 관전면 빡빡한 공기가 풀어지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오늘 하루도 오모시로이~! 면접 잘 봤다데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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