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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Aug 09. 2022

한 여름밤의 습도와 냄새

푹푹 찌는 더위와 비로 인해 습한 기운까지 더해지면



햇볕이 강한 날에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가 피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온몸의 열이 머리 위로 방출되면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그 순간에는 시원하다 못해 얼얼한 정도의 냉수 샤워를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샤워를 마치고 선풍기로 몸과 머리를 말리며 노곤 노곤해지는 상상을 하며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바삐 한다.


중요한 일정이 있어 평소와 달리 긴바지에 셔츠와 같이 갖춰 입은 옷에 짐까지 많은 날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고되게 느껴진다. 땀으로 인해 축축해진 옷과 함께 찝찝한 기분, 얼른 집을 가기 위해 지하철 빠른 환승 게이트를 확인 후 바글바글한 사람들 틈에 온 몸을 구겨 넣어 간신히 탑승한다.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에어컨을 켜고 시원한 냉수와 함께 찬물세수부터 한다. 급할 것도 없는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내 몸은 기계처럼 알아서 움직인다. 옷을 홀라당 벗고 화장실로 바로 들어가 찬물로 몸을 적셔준다. 조금도 지체할 새 없이 말이다. 수건으로 구석구석 닦고 나오면 어느덧 제법 시원해진 방 안에서 암막커튼을 치고 속옷 차림 하나로 그대로 매트 위로 드러눕는다. 그제야 나만의 안식처에서 온전한 쉼을 느끼는 기분이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혼자 끙끙대며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집만큼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공간도 없을 것이다.


습습한 날씨에 푹푹 찌는 더위가 더해지면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벅차게 느껴진다. 안 그래도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더운 날씨에 습도까지 높아지면 정말 물에 흠뻑 젖은 생쥐마냥 축축 처지고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게 느껴진다. 게다가 실내에서는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콧김으로부터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내 얼굴 전체를 덮을 때면 코와 인중까지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당장이라도 그 공간을 탈출해 마스크를 벗고 후-하!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가며 일상을 지배할 때면, 정말 이제 한여름이 다가왔구나라는 걸 실감한다. 항상 아침마다 그날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나가지만, 언제 비가 올지 모르기에 보통 장우산을 늘 챙기고 다니는 편이다. 소나기처럼 장대비가 오게 되면 가벼운 접이식 우산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우산 위로 투둑 투둑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어느새 길마다 물 웅덩이가 생기기 시작하고 양말에 운동화를 신은 날이면 그곳을 피해 살금살금 다녀야 한다.



한여름에 내리는 비 특유의 냄새가 있다. 한마디로 꿉꿉한 냄새. 마치 빨랫감이 젖은 채로 오랫동안 방치했을 때 나는 냄새이기도 하며 하수구에서 올라온 오염된 물들로 인해 나는 쿰쿰한 냄새이기도 하다. 익숙하면서도 막상 비슷한 냄새가 나면 순간적으로 코를 찌르게 된다. 문학작품에서도 여름밤 비 냄새와 관련된 구절이 많을 정도로 여름밤 특유의 비 냄새는 우리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게 틀림없을 것이다.


실제로 여름철 비 내린 후에 나는 냄새를 페트리코(pet-richor)라고 명칭이 따로 있다고 한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 천연 오일 성분과 박테리아 등이 식물과 토양, 도로, 그리고 인도 위로 올라오는데 이럴 때 비가 내리면 오일 성분이 대기 중에 분산되면서 특유의 아름답고 자극적인 향을 분출한다고 한다. 


혹자는 이것은 오직 여름에만, 그것도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발생하는 현상인 데다 대체로 특별한 추억이나 아련한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형적인 추억의 냄새의 종류라고 말한다.


* 책 <더 나은 나를 위한 하루 감각 사용법>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였습니다.


이렇게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니 새삼 신기하면서도 우리의 후각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데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는구나 싶다.



  매년 여름이 되면 땀을 유독 많이 흘리는 나에게 너무도 괴로운 시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각과 감정이 있기에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다만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 등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분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없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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