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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Apr 18. 2022

일상 속 자연스럽게 스며든 '반려식물'

식물로 인해 얻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관찰의 힘



  길가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예전에는 ‘그냥 예쁜 꽃이네’ 하며 그 자리에서 사진으로 담아두고 끝이었지만, 직접 식물을 키우고 나서부터는 자세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난 식물부터 어느새 만개하여 형형색색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꽃들까지 발견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식물' '홈가드닝'과 같은 단어들이 생겨났는데 필자 역시 독립을 하고 친구가 독립기념으로 선물해준 수경재배 식물(스파티필름)로 시작하여 하나둘씩 들이기 시작하여 어느덧 선반 위, 초록 초록한 화단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왼쪽) 2년 가까이 키우고 있는 스파티필름 식물부터 , (오른쪽) 어느덧 초록초록한 화단을 이룰만큼 다양해진 식물들의 모습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식물은 정말 애정을 쏟은 만큼 보답해준다. 일조량, 습도, 통풍 등 식물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들을 섬세하게 신경 쓰다 보면 자연스레 건강한 잎사귀와 꽃을 피워준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컨디션의 기복 속에서 식물은 나에게 큰 안정감을 주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이다.


식물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위에서 언급했듯, 이제는 길가에 나는 식물들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색부터 꽃잎 모양,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등 하나하나 관찰하게 된다. 특히 식물 이름이 궁금할 때는 스마트 렌즈 카메라 기능을 활용하여 <식물 일지>라는 사진앨범에 차곡차곡 담아두고 있다.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통해 소소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도 전에는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끔은 돌과 잡초들 사이에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노오란 꽃을 피우며 꼿꼿이 서있는 모습이 새삼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꽃이 아니더라도, 늘 같은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주는 듯한 '뚝심'이 닮고 싶은 부분 중 하나였다. 이리저리 휘청휘청 흔들릴 때는 뚝심 있게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꾸준하게 가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흙을 비집고 막 올라온듯한 귀여운 새싹들은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귀여운 존재들이다. 왼쪽은 테이블야자, 오른쪽은 만리향이다.



 우리가 식물을 키우는 이유 중 대부분이 초록 초록한 식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싱그러움'이지 않을까 싶다. 이미 자라 있는 긴 줄기들 사이에서 흙을 비집고 살포시 얼굴을 내민 새순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이란, 마치 갓 태어난 아기를 보는 느낌이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 어떠한 것보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존재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누군가 나에게 '새싹' 이미지와 닮은 것 같다고 말해준 기억이 있는데, 아직 잘 모르는 것도 많고 서투를 수 있지만 누구보다 반짝반짝한 눈으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의미에서 말해준 걸로 기억한다. 새싹들이 가지를 뻗고 더욱 굵직굵직한 이파리들을 틔우듯, 조금씩 내공을 쌓아가면서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도 하루에 일정량의 햇볕을 쫴야 하듯, 식물도 광합성이 필요함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생각만큼 매일같이 지켜나가는 게 쉽지 않다. 특히 미세먼지와 코로나 확진 추세가 심할 때는 외출활동을 자제하게 되면서 전보다 햇볕을 쬐는 일이 줄어들게 됐다. 요즘같이 날이 맑고 화창할 때는 일어나자마자 암막커튼을 젖힌 후,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에게 수분 공급부터 해주고 나서야 나의 일상을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기상 후, 외출 전, 환기시키기 전, 취침 전 등 항상 날씨 앱을 자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덕분에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 조금이나마 건강을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가지치기를 한다는 게 그만.. 초라한 기둥을 만들어버린 카랑코에와(왼쪽), 저면관수 화분에 옮겨 심었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던 시클라멘(오른쪽)


   

 하지만 식물마다 필요한 적당한 일조량과 수분, 통풍의 정도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적당하다고 생각했으나 '그 식물'에게는 적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평소에 자기 전까지는 웬만하면 커튼을 치지 않고, 흙을 손으로 만지면서 수분체크와 종종 환기를 시켜주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식물들도 있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키우다 보니 한계도 있고 해서 어느 날은 마음먹고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서 흡연구역을 피해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살포시 올려놓고, 한 반나절이 지난 뒤에 다시 가져온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소생 불가 상태였다. 이럴 때는 베란다 있는 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과습이나 냉해로 인해 보내야 했던 식물들도 있었다. 오른쪽은 바질인데 아마 냉해의 영향으로 잎이 시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여러가지 요소를 신경 써줘야 한다.

  


 지난 글에서 달리기를 통해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컨디션을 확인할  있다고 했는데 식물도 마찬가지인  같다. 너무 힘든 날에는 암막커튼을 젖히지 못한  누워서 끙끙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종일 빛이 차단된 상태에서 며칠간  몸도 식물도 돌보지 못하느라 흙이며 잎사귀들이며 바싹바싹 말라있을 때가 있다. 주인을  만나지 못해 기복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식물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같은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앞으로는 더욱 건강한 기운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임신부들이 태교음악을 듣듯, 식물에게도 클래식을 틀어주면  자라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왕이면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식물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욕심을 낸다고 해서 잘 자라는 것도 아니고, 각자에게 필요한 햇빛, 물, 바람의 양이 다르듯 저마다의 성장방식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저마다의 속도로 묵묵히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식물이 자라나듯, 하루하루 나에게 충분한 햇빛과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면서 살고 싶다.


"각자의 속도로 자라나는 식물처럼, 사람도 최선을 다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모두가 달릴 필요는 없어요.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 움직이거나 멈춰 있어도 괜찮을 거예요"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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