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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Oct 26. 2021

극도의 무기력함과 우울감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지장.





우울한 증상이 찾아오면 극도로 무기력해진다. 

정말 심할 때는 침대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도 일어나지 못한다.

해야 할 것들은 많고, 심지어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에는 미리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도 내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예정되어 있었던 약속을 캔슬하게 되거나 한참 늦은 시간에 도착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었다.

사람들은 오해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나는 구차한 변명으로 둘러대기 급급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몸이 안 좋아서..'라는 이유로 시작하여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지인들에게 신뢰감을 점차 잃어갔다.


누군가와의 약속이기에 정말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며칠 전부터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내 몸은 당일날 극도의 우울감과 무기력함으로 일어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외상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나 아픔이 아니기에 나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지금이야 대부분의 지인들은 내 상황을 알고 있어서 오해가 많이 풀렸지만 오픈하기까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 무엇보다 우울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내 증상을 설명하기가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 괜찮은 척, 아닌 척 매일 다른 가면의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어도 억지로 일어나서라도 사람을 만나러 외출하면 기분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하지만 극한의 무력감, 우울감에 휩싸일 때는 정말로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해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도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조차도 어렵게 느껴진다.



평소 자기 전에 위와 같이 약과 함께 물통을 항상 머리맡에 두고 잔다. 혹시 모를 다음날의 컨디션을 위해.



평소 극도로 무기력할 때는 *메탈페니데이트 종류의 약을 복용해왔었는데 이 약을 먹으면 약효가 보통 1~2시간 내로 나타나는 편이고 그래도 최소한 씻고 준비해서 문밖에 나갈 수 있는 에너지는 생기기에 너무 힘들 때는 이 약을 복용하고 힘을 내서 움직이려고 한다.


*메탈페니데이트: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집중력을 조절하고 각성을 향상시키는 약물이다

(저 같은 경우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내원하고 있으며 약물은 사람마다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고 본인에게 맞는 약이 각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꼭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 후 처방받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약 조차 복용하지 못할 때도 많았고 극도로 무기력한 날에는 약을 먹어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다. 마음만큼은 정말 일어나고 싶고 이 무력감에서 벗어나서 무언가 생산적인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싶은데 내 몸은 해가 중천에 뜨고 이미 뉘엿뉘엿 지고 있을 때도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끙끙 앓을 때가 많았었다.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때, 무거운 쇠추가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으로 표현해봤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증상에 관해 물어볼 때가 있다. 우울감으로 인해 어떤 부분이 힘드냐는 질문부터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상태로 누워있는다고 하면 "그래도 조금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지 않아?"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길 때가 있는데 (물론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잠을 잘 수 있으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헤매고 있는 듯한 극도의 무력감, 그리고 정말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계속 끙끙대며 그저 조금이라도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기다린다는 것도 완곡해서 표현했을 뿐, 그 순간은 매번 겪을 때마다 너무 고통스럽고 감당해내기 힘든 순간들이다.




그렇게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괜찮아진다. 


괜찮아지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긴 하지만 그간 공백(저는 공백이라고 주로 표현을 합니다) 기간 동안 못했던 것들, 밀려있는 일들, 그리고 부득이하게 캔슬하게 되어 생긴 오해들을 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매번 반복되는 패턴이지만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일들을 숙제처럼 하나하나 해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이고 무책임하게 매번 피할 수는 없는 없기에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해 본다.


특히 요즘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가 지금 시기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작년 7월부터 독립 후 혼자 지내면서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나태해지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힘들구나~ 좀 괜찮아지면 그때 다시 힘내서 해보자!'와 같은 스스로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어느새 계속 나를 채찍질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글을 쓰는 지금도 어느 정도 회복된 후 간신히 일어나서 인근 서점으로 와서 쓰고 있는 중이다. 힘들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힘들 때가 많은데 공황 증상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숨통을 조여 오는 느낌이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도 오늘은 나 스스로에게 지지 않았다고 위로하며 남은 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내보려고 한다.




하루하루 버텨나가듯 살아가는 이 기분.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염원이자 소망인 삶일 수 있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나갈 것이다.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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