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2.백수만화

2종 소형면허 도전기

by 여끄니


"잠시 멈춰, 달릴 이유를 찾을때까지"

나도 바이크를 타보겠단 마음에 일단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인터넷에 찾아봤다. 생각보다 내 바이크를 찾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혼다의 슈퍼커브라는 바이크를 보고 한눈에 반한 듯 어떤 색상이 있는지 찾아봤다. 마침 신형 그린색 커브가 출시했다. 이거다 싶어 다른 바이크는 거의 찾아보지도 않았다.

초록러버인 나의 방은 벽지도 초록, 키보드도 초록, 이불도 초록이다. 그러니 초록색깔에 끌릴 수밖에! 심지어 이 군청색의 바이크는 캠핑컬러에 잘 어울렸다. 멋진 캠핑바이크가 될 것 같았다. 물론 색상도 맘에 들지만 슈퍼커브는 판매도 1등 연비도 1등 안 살수가 없는 바이크였다. 정말 모든 게 맘에 들었는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이걸 타려면 면허를 따야 한다. 이런..

난 2종보통면허인데 이 면허로는 슈퍼커브를 탈 수 없다고 한다. 분명 125CC 미만의 바이크는 2종 면허로도 몰 수 있다고 했는데, 이건 수동기어가 있어서 2종면허로는 안된다고 한다. 암튼 그래서 면허를 따야 했다. 2종 소형면허나 원동기 면허를 따야 하는데 주변 운전학원은 2종소형 면허만 볼 수 있었다.

먼저 소형면허 취득하는 유튜브 영상을 봤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바이크를 타고 시험을 봐야 한다. 몸집이 큰 바이크를 탄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서워졌다. 소형면허가 없어도 되는 바이크를 타야 하나 살짝 망설이긴 했지만 슈퍼커브에 제대로 빠졌나 보다. 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백수는 다시 취직해야 한다는 게 더 무서워 갑자기 용감해졌다.

다른 바이크 탈생각은 지워버리고 운전면허 학원에 전화를 했다.



결국 운전면허 학원에 수강등록을 했다. 작은 바이크 하나 타자고 2종 소형면허를 따는 게 맞는 건가 싶어 망설여젔다. 결정을 내릴 때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시험 보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니 떨어지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한 번에 합격한 사람도 많아서 안도가 됐지만 걱정이다. 아직 바이크는 타보지도 않았는데 열정은 작아지고 두려움만 커졌다.

학원에 가는 날이다. 2종 소형면허는 3시간 학과 교육과 10시간의 기능 교육을 받으면 시험을 볼 수 있었다. 먼저 교육 강의실에 들어갔다.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어려 보이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나도 거의 10년 만이네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많은 사람중 소형시험으로 강의를 듣는사람은 나 혼자였다. 다행히 2종 보통면허가 있어서 시험은 따로 보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학과 교육은 옛날 생각하며 가볍게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능 교육을 할 차례, 교육장에 검은 곰처럼 보이는 몸집이 큰 바이크가보인다. 직접 보니 더 겁이난다.

'난 작은 바이크를 탈 건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교육을 들으러 온 사람은 4명 정도였다. 다들 면허를 따는 이유가 생각보다 다양했다. 배달 일을 하는데 무면허였던 사람, 집배원을 하려는 사람, 바이크 판매만 하다가 면허를 따려는 사람, 그냥 바이크가 타고 싶은 나까지 각자 면허 따는 이유가 다 달라서 재미있었다.

교육이 시작되고 강사분께서는 바이크 작동법, 넘어졌을 때 대응하는 법을 잘 알려주셨다. 바이크의 위험한 점을 강력하게 강조하고 또 강조하며 설명해 주셨다. 설명을 들으니 쪼금 무서웠지만 거대한 몸집의 바이크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고 거대하게 느껴진다. 처음엔 이걸 타고 어떻게 시험을 통과할수 있을까 싶었다. 일단 처음엔 클러치를 풀고 앞으로 나가고 브레이크 잡는 것을 배웠다. 앞으로 가는데 계속 시동이 꺼진다. 시작부터 어렵다. 큰일이다.

시간이 걸려 클러치에 익숙해지고 다음은 크게 원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도는 건 쉬운데 이상하게 왼쪽은 도는 게 안된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차이인건가 억지로 왼쪽으로 돌아보려다가 바이크랑 넘어져 버렸다. 더 겁이 나기 시작했다.

다음은 8자로 돌아보는 연습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코스 연습을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이제 8자 돌기를 연습했다.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었는데 강사님이 시간 많으니 천천히 하라고 다독여주셨다.

8자 코스를 연습을 하다가도 넘어졌다. 한번 넘어져 봐서 이때는 그렇게 겁이 나지는 않았다. 바이크를 두 번이나 넘어트려서인지 어딘가 고장이 났나 보다. 강사님이 새 바이크를 꺼내주셨다. 연습할수있는 바이크가 없어서 그렇겠지만 나에게 비닐도 안땐 새 바이크를..?강사님은 이제 진짜 넘어지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새 바이크를 타고 부담스러워진 연습을 계속했다.

또 넘어졌다. 이번엔 바이크에 발목이 깔려 넘어졌다.


걸을 때마다 왼쪽발목이 아프다. 바이크와 함께 넘어지면서 발목이 살짝 꺾인 것 같다. 천천히 걸을 수는 있지만 며칠간 코스연습은 불가능할 것 같아 남겨진 기능교육은 모두 취소하고 집으로 갔다. 교육 첫날부터 다리를 다치니 속상했다. 역시 이건 괜한짓이었나, 무리한 건가 싶기도 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시작했으니 포기는 없다! 병원에 갔는데 다행히 인대만 살짝 늘어나 금방 회복이 될 거라고 한다.

원래라면 코스연습을 하고 있을 텐데 교육이 미뤄져 침대에 누워있으니 여러 잡생각이 났다. 문득 내가 언제 다쳐봤었는지가 떠올랐다. 활동적이거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쳐본 적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생각은 꼬리를 물어 무언가를 얻으려고 노력하다가 아파해본 경험이 있는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이런 경험이 없지는 않겠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몸이 아파서 별의별 생각을 다하는 것 같다가도 뭔지 모를 무언갈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내가 무슨 바람에 바이크를 타보겠다며 다리를 다쳤다. 머릿속 상상력은 끝없이 이어졌고 나는 마치 만화에 나오는 평범한 주인공이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고 위기에 빠진 상황 같았다.

이상하게 가슴한쪽이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면서 살짝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며칠이 지나고 연습하러 운전면허학원에 왔다. 다시 처음 연습했던 것부터 차근히 연습했다.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이제 실제 시험 때 보는 코스를 연습할 때가 되었다. 굴절코스, S자코스, 좁은 길코스, 장애물코스 이 4가지의 코스를 90점 이상으로 돌아야 합격이다. 첫 번째 굴절코스는 불합격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다. 직각의 코스가 탈선 감점이 많이 나와 어려운 구간이다. 나머지 코스는 쉬운 편이라 사실상 첫 번째 코스만 통과하면 쉽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

드디어 바이크를 타고 코스연습에 들어갔다. 1코스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 연습 때 잘 안 됐던 왼쪽회전하기. 나는 그대로 코스를 이탈해 멀리멀리 가버렸다. 그렇게 2코스는 해보지도 못하고 다시 왼쪽으로 도는 것을 연습하러 갔다.

다시 시험연습을 위해 굴절코스를 들어갔다. 왼쪽으로 한번 돌고 오른쪽으로 한번 돌고 감점 없이 1코스를 통과했다. 처음 해본 2코스, 3코스, 4코스도 쉽게 통과했다. "합격입니다." 소리가 울렸다. 강사님도 조금 놀란 듯이 이렇게만 돌면 합격이라고 알려주셨다. 연습이긴 했지만 두 번만에 합격하다니 놀람과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연습하는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너무 내려서 잠깐 쉬면서 강사님과 스몰 토크를 했다. 장마기간이라 이번 주 내내 비가 올 것 같아 시험 때 비가 오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는데 비가 와도 시험은 진행한다고 한다. 다만 본인이 원하면 시험을 미룰 수는 있다고 한다. 혹시나 시험날에 비가 오려나 했는데 역시나 비가 내렸다.

10시간의 연습을 끝내고 시험날이 됐다. 그런데 오늘 시험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한다. 나와 함께 시작했던 분들은 저번주에 시험을 보고 한분 빼고는 다 합격했다고 한다. 다리를 삐끗하지 않았다면 비 안 올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시험을 봤을 수도 있었는데 살짝 아쉬웠다. 근데 혼자여도 크게 부담은 없었다. 연습할 때 실격한 적이 거의 없어서 너무 떨지만 않으면 붙을 것 같았다. 처음엔 소형면허시험이 무섭고 어려워 보였는데 연습을 하고 나니 이젠 빨리 시험 보고 합격하고 싶은 마음이다.

시험시간이 됐는데 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린다. 우비를 입고 나와 바이크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처음 연습용 바이크를 봤을 때는 커다란 검은 곰 같아 보였는데 이젠 익숙해져 멋있는 바이크로 보인다.

"시작합니다" 소리에 맞춰 클러치를 살짝 때고 천천히 출발해 가장 실격이 많은 1코스에 들어갔다. 굴절코스만 통과하면 합격이다 생각하며 1코스를 돌았다. 긴장을 하긴 했는지 이때의 기억은 살짝 희미하다. 몸이 기억하는 대로 코스를 돌았는지 감점 없이 통과했다. 1코스를 통과하고 긴장이 싹 풀렸다. 나머지 코스는 아주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합격입니다" 연습할 때 수도 없이 들었는데 마지막으로 듣는 합격입니다는 기쁨과 함께 안도감이 느껴졌다. 드디어 2종소형면허 합격이다.

며칠 전 다리를 다쳤을 때만 해도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이 들었는데 머릿속에 있던 것들은 다 날아가고 기뻤다. 그와 동시에 회사를 관두고 쉬고 있는 것과 다리를 다쳐 쉬었던 두 상황이 겹쳐졌다. 두 경험이 어딘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회사는 마음이 아파 쉬었다면 다리는 몸이 아파서 쉬었던 것이다.

2종소형면허 합격은 백수인 나에게 잠시 쉬어도 결국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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