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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ette May 02. 2024

하츠코이 n부작

마지막 편지 

이제 당신을 정말로 보내줄게

내가 끝까지 붙잡고 있었던 한 가닥의 희망, 당신의 연락, 당신의 변화, 당신의 깨달음

나의 졸업식, 우리의 약속까지

그만 놓을게

아무런 기대도, 그리움도, 미련도 남지 않고 종이 접듯이 완전한 끝이도록

홀로 고여있기엔 아름다운 추억이어서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그곳에 혼자 남아있던 나도 등 돌려 걸어나오려 해.


당신을 정말 사랑했고 궁금해했고 원했어

그 시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기에 고마워

당신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사무치게 아팠지만

그 역시도 당신이었기에

나는 좋았어.


이제는 정말 보내줄게 우린 아무것도 아닌 채 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게

어쩌면 겨울부터 났던 결론을 나 혼자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그 자리에 남아있었나봐


이 말 한 적은 없는데

좋은 사람 만나 

그래서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

우리 짧게 스쳤지만 내 가장 아름다운 추억. 아픈 성장통을 남겨줘서 난 진심으로 감사해.


눈만 바라봐도 행복해지는 누군가가 생긴다는 건 좋았지만 사라질까 두려웠어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를 향한 내 마음이 너무 큰 것 같아서 싫고 무서웠어

그렇지만 이제는 살아가며 한번쯤 그럴 수 있다는 걸 알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해보고 싶었기에. 

그게 당신이었음에, 그 경험 자체에, 배울 수 있음에, 성숙해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사랑, 그 사랑을 해볼 수 있음에.

비로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에 감사하고.

모든 것이 서툴렀던 나의 처음이 되어준 당신에게 고마워.

그게 당신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십이월부터 끌고왔던 모든 미련과 몇 가닥의 희망도 이 페이지에 남겨두고

난 내 삶에 집중하면서 당신에게 약속한 것처럼 멋지게 클게.

당신한테 보여줄 기회는 없더라도.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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