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와 모순

모순덩어리 2편

by 카북이

내가 너무 모순적이라고 느껴진다고 브런치에 글을 쓴 적이 있다.


오랜만에 내 인생책 중 하나인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을 다시 읽어봤다.

전자기력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 중에 김상욱 교수님께서는 이런 말을 하신다.

힘은 두 입자 사이에 작용한다. 입자가 혼자 있을 때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힘은 상호관계다. 인간 사이의 상호관계는 얼마나 오래 만났는지, 성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혼자 있을 때는 아무 존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어떤 상황, 어떤 사람과의 상호관계에 따라 내가 정의된다. 결국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나와 특정 환경, 특정 사람 사이의 힘이 아닐까? 물론 나를 정의하는 질량, 전하량이 있겠지만, 전자기력이 dominant 한 환경이면 나의 질량은 쓸모가 없고, 중력이 dominant 한 환경이면 전하량에 대한 정보가 필요 없다. 결국 그렇다는 것은 내 주변을 이루고 있는 상황과 사람이 나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모순적인 것은, 나 자신이 모순덩어리라고 느껴진 것은 과학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해진다. 이래서 나는 물리가 좋다. 물론 이 설명이 완전히 물리적으로 올바른 설명은 아니다. 나는 그저 물리적 현상을 보고, 현실에 비유하듯, 문과적으로 접근한 것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물리가 간접적으로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해답을 주는 것 같을 때, 참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물리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물리를 공부해서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양자역학 문제를 풀고, 텐서를 구하는 것은 아직 잘 못하지만, 그래서 세상에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지식은 조금 얻은 것 같다. 그래서 물리는 필수 교양이다. 물리에 대한 자신이 없더라도, 꼭 모두가 물리에 대한 기초 교양 지식을 갖출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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