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내가 ‘나’를 알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를 뽑자면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모순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핵융합 연구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자는 비전을 갖고 살지만, 유럽 길거리에 돈을 요구하는 노숙자들은 못 본채 지나친다. 오타니처럼 길에 보이는 쓰레기를 가끔 줍지만, 기분이 조금 좋지 않으면 길에 보이는 큰 쓰레기라도 그냥 무시한다. “먼 타지에서 저런 사람들 돕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라며 가끔은 내 모순적인 행동에 추한 핑계를 대기도 한다. 세상을 살리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지만 저런 사소한 도움에 대한 리스크도 회피하려는 내가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나는 대담한 것들을 꿈꾸면서 소심한 결정들을 내리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만,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어제의 생각이 오늘 바뀌는 것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긍정과 부정의 비율이 매일 달라진다. 연속적이지 않고 일관성도 없다. 하긴.. 양자 단위에서도 연속적이지 않은 변화, 인간 단위에서 연속적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나는 양자역학만큼 나를 모르겠다.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나는 너무나도 다른 결정들을 내린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이 세 존재가 다 다른 존재인 느낌이다.
MBTI 검사를 할 때, 나는 공부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T가 높게 나오고, 편하게 쉬면 F가 높게 나온다. 그럼 나는 T인 사람일까 F인 사람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 친구들이랑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그냥 나가 이런 사람이라고 믿는다 T인 사람, F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을 하지만 내 자신이 모순적이라고 느껴진다. 이것조차 모순적이다.
여행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나를 조금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명확히 내가 누군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결과가 허무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과정이다.